(약수터) 권위의 원칙

@김혜진 입력 2025.01.06. 14:07
김혜진 취재3본부 차장

사회심리학 분야의 연구자인 미국의 로버트 치알디니의 저서이자 초판 이후 40여년 동안 44개의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에서 읽히는 비즈니스 분야 스테디 셀러 '설득의 심리학'. 이 책은 설득의 심리학 원칙 7가지를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타인을 설득하는데 효과적인 이 7가지 원칙은 상호성·호감·사회적 증거·권위·희소성·일관성·연대감 원칙이다.

이중 권위의 원칙은 우리가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원칙이다. '책에서 봤는데' '아는 형님이 그러는데' '내가 OO에서 근무하는데' 하며 어떤 사실이나 의견을 전하는 것이 이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나 기관, 매체를 근거로 들어 자신의 의견 혹은 사실에 대한 설득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듣는 사람은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나 매체를 통해 들은 사실이라하니 화자의 말을 신뢰하게 된다. 당신이 큰 병에 걸렸는데 의사인 지인이 "그 치료는 OO 병원이 잘한다"고 말하면 믿음이 가는 것처럼 말이다.

설득력이 굉장히 높은 원칙이기에 듣는 이가 조심해야하는 부분도 있다. 화자가 전문가 등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들은 것처럼 거짓말을 하는 경우다. 또 자신을 전문가로 속이는 경우, 전문가임에도 오해를 했거나 해당 사실에 대해 거짓으로 이야기한 경우는 진실을 알아차리기 더욱 어렵다. 이 말이 진실인지 의심해보고 사실 확인을 해야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의심부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지도 닷새가 지났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사고 원인에 대한 이야기로 왁자지껄하다. 미국의 전문가까지 나서서 이번 참사의 사고 원인을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강조하듯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제한된 단서로 사고 원인을 추측할 뿐이지만 이를 근거로 사람들은 기사 댓글이나 SNS를 통해 '미국의 비행조종사 출신이 그러는데' '전문가가 그러는데'하며 사고 원인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넘쳐난다.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이번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다함께 뜻을 모아야할 것이다. 한치의 의심 없는 사고 원인 규명도 모두의 관심이 똑바로 모아지는데서 온다. 관심은 뜨겁고 짧게 끝날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길게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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