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비행기 포비아

@이윤주 입력 2024.12.30. 20:01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포보스(Phobos)는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아들로 '공포의 신'이다. 여기에서 파생된 것이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phobia)다.

포비아는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위험이나 불안을 과도하게 느끼는 공포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된다. 우리에게도 익숙해 두려움이나 공포를 묘사할때 'OO포비아'라는 표현이 곧잘 동원된다. 해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포비아를 등록하고 있는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벌써 포비아가 500개가 넘어섰다고 한다. 온갖 공포들이 일상을 집어삼키는 시대다.

안타깝게도 또 하나의 공포가 시작됐다. '비행기 포비아'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하늘을 나는 꿈을 꿨다. 수많은 도전과 희생에도 열리지 않던 하늘길은 1903년 라이트형제가 발명한 동력 비행기 '플라이어 1호'가 날아오르면서 마침내 인간에게도 곁을 내줬다. 그로부터 120여년이 흐른 지금, 공간의 제약없이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하는 비행기는 매일 전 세계에서 3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이 됐다. 하지만 한번씩 벌어지는 대형참사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극도의 공포로 이어지며 후폭풍이 거세다. 올겨울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의 줄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해외여행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며 여행업계가 순식간에 대혼돈에 휩싸였다. 실제 제주항공의 경우 사고 당일부터 이틀동안 6만여건이 넘는 항공권이 취소됐다.

항공기 기종에 대해 세부적으로 묻는 특별한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참사기종과 같은 항공기에 대해 불안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는 트라우마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내걸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들은 없어, 아예 여행을 취소하거나 일부는 하늘길 대신 KTX나 직접 차를 몰고 이동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계엄 사태'로 얼어붙은 여행업계는 이번 참사로 초토화될 지경이다.

포비아의 가장 큰 원인은 '미지'(未知)에 대한 공포다. 과도한 공포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항공기 사고는 원인 규명에 시간이 걸리는 게 특성이어서 혹여 '공포'가 장기화될까 걱정이다. 참사의 원인과 진단을 빠르게 규명하고 공개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이윤주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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