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12월 32일

@최민석 입력 2024.12.29. 14:56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은 늘 우리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안긴다. 연초 다짐했던 계획과 목표들이 별다른 소득 없이 물거품이 될 때 남겨진 한 달은 삶의 등을 짓누른다. 개개인마다 주어진 삶의 모습이 다르고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 허무와 한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올해 12월은 다른 어느 해보다 유난하다. 초겨울 고단했던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시간 난데 없는 비상계엄령 선포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들더니 급기야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5천만 국민 모두가 숨죽인 채 1분 1초를 가슴 조리며 공포와 혼돈 속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샜고 기성 세대들은 44년 전의 악몽을 떠올렸다.

계엄령 선파의 여진과 파장은 평화로웠던 국민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국회의 빠른 대응과 국민들의 대처로 큰 위기를 넘겼지만 경제는 엉망이 됐다. 주식은 급락했고 달러강세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권력 공백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은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며 정치와 외교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기름값도 연일 오르며 서민과 운전자들의 불만과 아우성이 터지고 있다. 계엄 여파로 기업체와 직장인들의 연말 모임이 취소되거나 줄어들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식당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한가롭고 평화롭던 올해 12월 마지막 일요일인 29일 절대로 일어나지 말았아야 할 또 하나의 참사가 터졌다. 이날 오전 9시3분께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B737-800)는 무안공항 착륙 중 활주로 말단 지점에서 이탈, 공항 외벽에 부딪치며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항공기에는 한국인 173명과 태국인 2명 등 승객 175명등 총 181명이 탑승했다. 시간이 지나며 사상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고로 3명이 사망한 이후 일어난 최대 대한민국 국적기 사망 사고로 여겨진다. 지난 2002년 나온 가수 별의 '12월32일'의 가사가 떠오른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돌아온다고/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면 된다고/ 기다렸던 만큼 우리 행복할 거라고/ 조금 힘들어도 날 기다려 달라고…" 너무나 무겁고 황망한 마음으로 올해 마지막 달력을 넘기기가 두렵다.

최민석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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