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서른 살의 광주미술상

@이용규 입력 2024.12.26. 15:59

1995년 2월15일부터 21일까지 광주시 동구 옛 광주여고 인근의 인재미술관에서 작품전시회가 열렸다. 원로 조방원, 김형수 작가를 비롯해 광주전남 중진 작가 46명, 작품 48점에는 후배 작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 있었다. 올해로 30년을 맞은 광주미술상 기금 마련 첫 기획전이었다. 전시회는 기대만큼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강연균 화백이 1992년 금호예술상으로 받아 기탁한 상금 500만원이 전부였다. 1회 행사는 운영위원들이 십시일반 갹출이라도 해서 지급할 수 있겠지만 그 다음이 문제이고 걱정이었다. 전시 중간에 작품 판매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광주미술상 제정에 산파역을 한 강연군 화백 얘기이다. "당초 광주미술상 창작 기금 마련전의 판매가 저조해 전시 중간에 고교 선배인 김정길 광주고검장을 통해 지역 유지들과의 자리가 마련됐다"며"이 자리에서 당시 이정일 전남일보 사장님이 공감하고 1억원에 작품을 일괄 구입해주셔 오늘 광주미술상의 재원이 됐다"고 밝혔다.

광주미술상이 30년동안 33인의 작가와 3억여원의 창작 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배경에는 고 이정일 회장(2009년 작고)을 비롯한 이후 이상섭 동강학원 이사장, 김재균 북구청장 등의 남다른 예술사랑이 자리잡고 있다. 광주미술상은 광주전남 출신 또는 5년이상 거주자로서 만28세이상  45세이하 청년작가 공모를 받아 1차서 3배수로 압축해 총회날 PT 등을 거쳐 무기명 투표로 선정된다. 광주미술상은 1995년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를 첫 수상자로 내고 송필용·박동신·이준석·이이남·임남진·박소빈 등 개성이 뚜렷한 작가들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광주미술상은 광주미술계의 자랑이다. 지역 선배작가들이 후배들의 창작 기금을 조성해 30년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시상해온 그 자체가 경이롭다. 대한민국에서는 유례가 없는, 청년 작가의 꿈과 긍지를 대변한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면서 팔팔했던 수상작가들이 운영진으로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세대 교체도 이뤄졌다. 디지털과 AI가 등장하는 시대에서 광주미술상이 청년 작가들의 등용문임은 더 분명해졌다. 서른 살의 광주미술상을 축하하고 앞으로 100년을 향한 발걸음에 지역민의 미술사랑도 보태지면 좋겠다. 광주미술상 창립 30주년 기념전이 광주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서 내년 2월1일까지 열리고 있다. 광주 현대 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수 있는 자리다.

이용규 신문디자인국장 hpcyglee@mdilbo.com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