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크리스마스인데···' 텅빈 금남로

@김종찬 입력 2024.12.18. 17:31

"국민 여러분이 조금 더 행복하길 바랍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위한 송년회를 재개해주십시요. 자영업, 소상공인, 골목 경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국민들에게 당부하며 한 말이다.

지난 3일 윤석열의 갑작스런 비상계엄령 선포부터 단 11일의 짧은 시간이 흘렀지만 국민 모두가 합심해 거리로 나섰다. 영하의 날씨와 칼바람이 부는 늦은 시각이었지만 수천여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나왔고, 결국 뜻을 이뤘다.

하지만 그 열흘 간의 추위에 치가 떨려버린 탓일까? 탄핵 가결 후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주 금남로에는 돌아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걸거리 곳곳에서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캐롤이 울리고 있었지만 공허한 거리만 가득 메울 뿐이었다. 점심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혼자서, 때로는 지인들과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서면 밥을 먹는 사람은 2~3테이블 뿐이었다.

금남로에 나올 때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식당 내부를 힐긋 쳐다보곤 하는데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점도, 애호박찌개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도, 분식집도 마찬가지였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12시 20분쯤 우동이 맛있는 식당에 들어섰지만 내가 첫 손님이었다.

평소라면 테이크아웃이나 매장에서 마시기 위해 줄을 서던 카페도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며 지켜봤는데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앉아있는 손님은 2~3명 뿐이었다. 퇴근 후 6시 무렵이 되면 퇴근하기 위해 모인 승객들로 버스정류장은 인산인해를 이뤄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말 경제가 안좋긴 하나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점심시간에도, 저녁시간에도 텅 비어버린 금남로에는 최근까지 장사했던 식당, 카페 유리창엔 '폐업' 현수막만 가득했다.

그 때서야 우원식 의장의 '송년회를 재개해달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단 며칠 사이에 둘러본 풍경이 단지 기우였기를 바라며 비록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이번주말엔 가족들과 함께 집근처 식당에라도 가서 소주 한 잔에 저녁 한끼를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잘 들리지 않았던 집 앞 마트도 오늘은 퇴근길에 들려서 집에서 돼지고기라도 구매해서 구워먹어야겠다.김종찬 취재3본부 차장대우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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