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문화는 소집단이 가진 문화를 일컫는다. 청년 문화, 이주민 문화 등이 그것이다. 주류 문화보다 더 작은 집단이 즐기는 문화이다보니 때로는 그 가치가 폄하될 때도 있고 문화 향유자의 권리가 침해 받을 때도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하위 문화 중 하나가 팬덤 문화이다. 이전에는 10대만이 즐기는 문화로 여겨지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2030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광범위하게 퍼졌으나 이에 대한 괄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특히 2030 여성이 즐기는 팬덤 문화는 더욱 그렇다. 이들을 얕잡아 보는 시선이 많다.
그럴 수록 K팝을 좋아하는 2030여성들은 음지로 숨어 들 수 밖에 없었다. '일코'(일반인 코스프레·아이돌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도 이같은 시선에서 나왔다.
양지로 나올 수 있을까 했던 팬덤문화는 12월3일을 기점으로 거리로 나왔다. 촛불처럼 '빛나는 것'인데 '꺼지지 않는' 응원봉을 들고 나오면서다. 여기엔 '응원봉 연대'가 바탕한다. 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팬덤문화를 즐기는 청소년, 2030여성들이 연대를 시작했다. 콘서트에 갈 때나 부서질까, 고장날까 파우치에 담아 가방에 넣어 꽁꽁 숨기고 다니던 것을 광장에서 꺼낸 것은 연대의 힘에서부터 나온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더구나 이들은 팬덤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기 전에 이 나라의 국민이기에.
이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 시위에 새로운 문화를 덧입혔다.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외신까지 이에 집중했다. 이같은 연대는 더욱 확장되며 청소년과 2030 여성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유입까지 일으켰다. 시위 운영진 측은 더 많은 이들의 유입을 위해 민중가요 뿐만 아니라 K팝을 틀며 모두의 참여를 유도했다. 중장년층도 응원봉과 노래에 관심을 가졌다. '이건 누구 응원봉이냐' '누구노래냐' 묻고 답하며 세대 소통이 펼쳐졌다.
일각에서는 '시위가 콘서트장이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이는 시위 문화의 세대 교체로 이해하면 된다. 언제까지나 민주화운동 시대의 시위문화가 통할 수 만은 없다. 민주주의의 생명력은 미래세대의 관심과 참여이다. 이번 광주 시위를 주도한 한 인사는 이같은 변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얼마나 고맙고 반갑습니까. 기꺼이 흐름을 받아들이는 거죠. 이번 시위를 계기로 젊은층과 계속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어 고무적입니다." 김혜진 취재3본부 차장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