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동리단길·카페거리 말고 '동명커피산책길'

@이삼섭 입력 2024.10.31. 17:12
지난 10월26일 광주 동구 동명동 일대에서 제4회 '동명커피산책' 축제가 진행됐다. 남녀노소 많은 방문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커피의 요람' 동명동의 분위기를 경험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광주 동명동은 서울 힙스터들도 놀랄 정도로 고유의 독특한 공간 분위기를 지닌다. 한때 광주를 대표하는 부촌이었던 만큼 품격 있는 옛 건축물에 더해 이를 개조해 만든 카페와 식당, 술집들이 각각 고유한 감성을 뽐낸다.

옛 건물의 매력과 '요즘 것'들의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가 어우러지며 레트로와 힙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젊은이들의 성지로 군림한다. 여기에 비정형적이면서도 깔끔한 골목은 '동명동'이라는 입체적 공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매력 중 하나다.

동명동의 많은 매력 중에서도 카페는 단연코 압도적이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고유한 브랜드를 지닌 '동명동'만의 카페들이 즐비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100여개가 넘을 정도다.

그렇다 보니 '동명동 카페거리'는 하나의 고유어로 자리 잡았다. 카페가 많은 동네야 차고 넘치지만 광주에서 자연스럽게 '카페거리'로 불리는 곳은 동명동이 유일하다.

그런 동명동이 고유의 이름을 뺏길 뻔하기도 했다. 서울 경리단길에서 비롯된 전국 각지에서의 '-리단길' 유행으로 동명동 또한 '동리단길'로 불리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자치단체가 나서고 언론조차도 '동리단길'로 부르면서 동명동 고유성을 지우고 경리단길의 아류로 격하시키는 일까지 벌어지곤 했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이는 동명동을 그저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카페와 술집, 식당들이 많아진 '양산형 거리'로 낮춘 셈이다.

그런 불만이 가득한 때, 최근 동명동에서 열린 '동명커피산책' 축제를 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동명커피산책은 관할 지자체인 동구와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가 함께 여는 주민·상가 상생형 축제인데, 올해가 벌써 네 번째 행사다. 그간 세 번의 행사를 거치면서 입소문을 탄 덕분인지 남녀노소로 거리가 가득했다.

또 그 안에는 고유 브랜드를 가진 동명동 카페들이 차린 부스들이 이곳이 '카페의 요람'이란 사실을 실감케 했다. 동구와 상인들은 알지 모르겠지만 이미 '동명커피산책'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아 가는 길이다.

그렇기에 제언하자면, 동명동 카페거리를 '동명커피산책길'로 브랜딩하는 건 어떨까?

동명동은 거리 하나에 카페가 몰려 있는 게 아니다. 골목마다 카페가 들어서 있어 동명동 어디든 커피향으로 그윽하다. 그래서 동명동 비정형적 골목을 산책하며 마치 보물찾기하듯 숨겨진 카페 혹은 나만의 카페를 찾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동명동을 걷는다는 건, 커피 산책인 셈이다. 그렇기에 동명동의 길은 '커피산책길'이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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