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텍스트힙

@이관우 입력 2024.10.29. 16:31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종이책을 읽는 것이 멋지다는 이른바 '텍스트힙'(Text Hip) 열풍이 불고 있다.

텍스트힙이란 글자(text)와 세련되고 개성 있다는 뜻의 영단어 힙(hip)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글을 읽는 행위가 멋지다고 느끼는 것이다.

북카페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거나 마음에 든 책들을 구입해 인증샷을 찍는 것이 텍스트힙 예시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텍스트힙을 추구하는 이들은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멋있게 여겨 SNS 등을 통해 자신이 읽는 책을 소개하거나 독서모임, 필사 등 독서 관련 활동 경험을 공유한다. 이는 독서인이 줄어들수록 지적 이미지의 책 읽기가 돋보인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텍스트힙 현상은 올해 초 국내에 상륙했다.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독서는 '남과 다른 나만의 독특한 취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됐다.

지적 호기심이 아닌 보여주기식 독서라는 비판도 있지만, 독서는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닌, 독서를 즐기고 사람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2022년부터 도심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울야외도서관'을 서울광장, 청계천, 광화문광장에서 상시 운영 중이다. 이 공간에서는 누구나 예약 없이 서가의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지난달까지 해당 도서관 이용객은 18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텍스트힙 현상은 시각을 넘어 공감각적 소비로 진화하고 있다. 책을 활용한 공간 등이 늘어나면서 활자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숙박할 수 있는 북스테이를 비롯해 주인의 독특한 취향을 느낄 수 있는 독립서점 등 단순히 독서를 넘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속속 생겨나면서 젊은 세대에게 독서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최근 소설 '채식주의자' 등을 집필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깜짝 수상하면서 독서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한강의 저서는 노벨상 수상 발표 후 하루도 안 돼 30만부 이상 판매됐고, 베스트셀러 상위 10위가 모두 한강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일각의 주장처럼 텍스트힙이 설령 멋내기용 혹은 SNS 게시용일지라도, 독서율과 문해력이 낮은 젊은 세대의 독서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관우 취재2본부 차장대우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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