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한낮 기온은 30도를 훌쩍 웃도는 '늦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풀잎에 이슬이 맺히고 가을 기운이 완전히 나타난다는 '백로(白露)'가 지났지만 더위는 식을 줄 모른다.
옛사람들은 '백로'라는 절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었다.
음력 7월 중에 백로가 들 경우엔 전라도와 제주에선 오이 농사가 풍년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또 제주에선 백로에 날씨가 잔잔하지 않으면 오이가 다 썩는다고 믿었다.
같은 나라지만 경상도 섬지방에선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十里) 천석(千石)을 늘인다'고 하면서 백로에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생각했다고 한다.
같은 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지만 '백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사뭇 달랐다. 현상을 받아들이는 형태는 달랐지만 똑같이 받아들인 건 하나다. 바로 가을이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날씨를 보면 절기가 무용지물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옛사람들이 겪었던 날씨와 현재의 날씨가 너무나 현저하게 달라져서 그런지도 모른다.
지구 온난화가 매년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된 지 오래다. 매년 높아져가는 기온 때문에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워왔던 우리나라에서 봄가을이 실종된 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그저 반팔을 입었다가 두꺼운 겨울옷으로 갈아입는 게 언제부턴가 일상이나 다름없어졌다.
그런데 하늘은 우리가 흔히 묘사해 온 '높고 청명한' 가을하늘 그대로라는 점에서 뭔가 위안이 되면서도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분명 가을 하늘인데 여전히 무덥고, 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상황이 낯설기도 하다.
앞으로 매년 날씨가 더 더워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이런 과도기적인 느낌도 언젠간 사라질 그런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광주와 전남 전 지역에 폭염 특보와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데 이어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만 더위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맞다. 굳이 온열질환의 위험성을 안고 갈 필요는 없다.
얼마 남지 않았을 여름, 마지막까지 아프지 말고 가을을 잘 맞을 수 있도록 조심, 또 조심하자.
도철원 취재1본부 부장대우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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