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전이별이 화두다.
온라인상에는 집착과 폭력성이 있는 연인과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헤어질 수 있는 지를 묻는 글이 쏟아진다. 심지어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면 안전이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연인을 상대로 한 데이트 폭력이나 살인 사건 등 교제 범죄가 빈번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일 부산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경찰 조사에서 남성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다시 사귀자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더욱 섬뜩한 것은 남성이 여성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남성은 피해자가 문을 열 때까지 장시간 복도와 옥상에 머물렀으며 주문한 음식을 받기 위해 문이 열린 틈을 통해 침입해 이같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이미 둘 사이에는 이상 징후가 있었다. 1년가량 교제하는 동안 피해자가 세 차례 걸쳐 경찰에 신고했던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공권력을 빌려서라도 남성과 헤어지고 싶었던 여성은 결국 죽어서야 이별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런 잔학무도한 교제 살인 범죄는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수능 만점자 의대생의 강남역 교제살인, 연인을 살해하고 연인의 어머니에게까지 흉기를 휘두른 김레아 사건, 교제 관계에 있던 60대 여성과 그 딸을 살해한 박학선 사건 등이 잇따라 터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교제 폭력으로 형사 입건된 피의자 수는 2019년 9천823명에서 2020년 8천951명으로 줄었으나 2021년에 1만 538명, 2022년 1만 2천828명, 지난해 1만 3천939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연인 간 단순한 사랑싸움으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연인 간 만남과 이별의 자연스러운 수순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제살인의 공통된 전조증상으로 가해자의 협박과 통제, 위협, 착취 등 강압적 통제 행위를 꼽고 있다.
이같은 강압적 통제 행위가 선을 넘어서면 결국 살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에도 현재 국내에서 이를 규제할 법적 수단이 없다.
갈수록 이별 범죄가 흉포화되고 있으며 피해자 또한 늘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교제폭력 범죄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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