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주4일제

@선정태 입력 2024.09.05. 18:28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

어릴 적 토요일은 12시에 수업이 끝나는 반공일이었다. 직장인은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하고 오후부터 휴일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주5일제가 논의 중이었지만 이룰 수 없는 꿈같은 소리로 들렸다. 그러다 2004년 7월 지금의 주5일제가 도입, 업종·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시행하게 된다. 2004년 8월에 무등일보에 입사할 당시에도 토요일은 근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주5일제가 시작되면서 '반공일'이라는 말도 사라졌다.

당시 주5일제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에서는 "삶의 질 높이려다 나라가 망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주5일제는 너무나 당연한 근무 형태가 됐고 '이러다 망하다'던 나라는 오히려 더 발전했다. 이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활성화 등으로 주4일제가 논의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주4일제 시행을 위해 시범 운영하거나 도입을 확대 중이다. 아이슬란드는 주4일제를 도입하면서도 임금 삭감 없이 근로자의 복지와 생산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영국 61개 기업은 실험을 통해 근무시간이 줄었는데도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는 주4일 근무 발판인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미국에서는 표준 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선진국 근로자들의 대다수가 주 4일제 실행으로 스트레스가 줄고 정신건강이 개선되고 사회 관계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주요 대기업과 IT업계를 필두로 주4.5일제부터 월요일 오전 근무를 없앤 주37시간 근무, 격주 주4일제 등 여러 근무 형태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공기관까지 확대돼 충남은 광역단체 최초 주4일제(2세 이하 육아), 제주는 전 직원 주4.5일제, 서울시는 이달부터 주1회 재택근무를 의무화하는 '주4일 출근(8세 이하 육아)'을 도입했다. 세브란스 병원은 병원계 최초 주4일제 시범사업을 진행해 퇴사율을 줄이고 업무 만족도를 높였다.

근로시간 단축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기업의 비용 증가로 산업 경쟁력에 해를 끼칠 것이라 토로한다. 임금을 낮추거나 더 높은 성과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5일제가 너무 당연해진 것처럼 주4일제도 더 이상 헛 구호만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 다가올 주4일제를 준비해야 할 때다.선정태취재1본부 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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