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올림픽과 죽음의 냄새

@이용규 입력 2024.08.29. 16:38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재엽 동서울대교수는 한국 유도계의 영웅이다.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 그랜드슬램 등 국제유도연맹 주최 대회에서 거둔 금메달만 19개에 달하는 유도 천재이다. 화려한 명성에도 그는 국내 유도계에서 퇴출된 철저한 비주류이다. 그의 행로는 대한유도협회 실력자와의 불화에서 틀어졌다고 한다. 비민주적 선수 선발에 대한 정면 도전의 보응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파리올림픽 안세영 선수의 폭탄 발언이 있던 이후 국내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 28년만에 한국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 주인공이 협회를 겨냥한 불편한 발언을 했던 터라, 김 교수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파리올림픽 감동의 승전보는 땀의 결정체"라고 말한 김교수는 안세영 선수의 입장에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 김교수는 선수들의 흘린 땀을 '죽음의 냄새'로 명명했다.

1980년대 태릉선수촌을 땀으로 지킨 김 교수는 "매일 땀에 절여진 도복은 빨아도 빨아도 쉰 냄새는 지워지지 않았다"고 했다. 죽음의 냄새가 김교수를 국제 유도계 스타로서 키워낸 거름이 된 것이다. 파리올림픽 태극 전사들의 서사는 울림이 크다.

유도 혼성단체전에서 동메달 획득에 수훈을 세운 안바울의 불어오른 손 등은 감동 그 자체이다. 패자부활전서 자신보다 더 중량이 나가는 선수들을 상대로 두차례 연장까지 사투를 벌인 그는 불굴의 아이콘이 됐다. 태권도 금메달을 딴 세계 랭킹 24위 김유진은 하루에 1만번 이상 발차기를 했다. 184㎝ 키에 57㎏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1끼만 먹었다는 그의 감량작전은 눈물겹다. 어디 그뿐인가. 양궁 3관왕 임시현의 턱에 생긴 영광의 상처도 그렇다. 탁구 혼합복식 남녀 선수단의 시상대 셀카 장면은 위정자들이 해내지 못한 평화와 화합의 드라마였다.

성공적으로 파리의 드라마를 쓴 한국은 분노한 MZ세대가 던진 숙제와 마주하고 있다. 21세에 투혼으로 정상에선 안세영의 이슈는 우리사회의 화두인 공정과 정의를 되돌아보게 한다. MZ세대가 땀과 눈물로 일궈낸 승전보의 감동은 크고도 깊다. 80년대 김재엽선수가 흘렸던 그 땀이 죽음의 냄새였듯 안세영, 신유빈, 안바울, 김유진이 흘렸던 그 땀도 시큼시큼한 쉰 냄새난 죽음의 냄새였으리라. 시대도 바뀌었으니 선수들의 피와 땀과 눈물에 대한 보상도 합당하게 해줘야 할 때다. 이젠 기성세대가 권위를 내려놓고 쿨하게 답할 차례이다.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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