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리탕? 닭볶음탕?"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단어다. 지금까지 닭도리탕은 일본어의 잔재라고 배웠고, 닭볶음탕이 우리말로 순화한 언어라고 배우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
과연 닭도리탕은 일본어 혹은 일본어의 잔재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본어도, 일본어의 잔재도 아니다. 우리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잘못 배우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그만큼 가짜 정보도 많이 돌아다닌다. 그 대표적인 것이 '닭도리탕'이다.
일본어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화투판에서 그럴듯하게 꾸며낸 내용을 가지고 닭도리탕이 일본말이라고 한다. 2000년대 초반 TV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닭도리탕을 일본어의 잔재라고 못박기도 했다. '고도리'에서 '도리'가 '새'라고 하는 것을 듣고 일본어로 확신한 것이다. 여기에 일본어를 좀 한다는 사람들이 '도리'가 '닭'이라는 뜻도 있다고 하면서 닭도리탕이 '닭닭탕'의 일본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몇몇 음식에 지식을 가진 사람들까지 가세해 닭도리탕은 일본어이니 닭도리탕 대신 '닭볶음탕'이라고 하자고 한 것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닭도리탕에는 볶음 과정이 없다. 닭볶음탕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닭도리탕이 가진 본연의 뜻을 그대로 전달하진 않는다.
또 우리말에 칼로 자르는 것을 '도리다'로 표현하고, 가위로 자르는 것은 '오리다'로 표기하고 있다. 그래서 가위로 오려서 가져오면 '오려내다'이고, 칼로 도려서 가져오면 '도려내다'로 표기한다. 윗도리 아랫도리처럼 구분짓는 것을 표현하기도 한다.
언어학적으로 우리나라는 한결같이 재료 조리 방법으로 음식에 이름을 붙여 왔다. 닭도리탕은 닭을 칼로 도려내고 부위를 구분 지어서 탕처럼 끓여내기 때문에 옳게 표기된 표현이다.
우리는 그동안 누군가 '닭도리탕'이라고 말하면 굳이 '닭볶음탕'이라고 고쳐주려고 노력했다. 마치 우리말을 잘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이 쓰는 말도 틀린 것이라고 호도한 것.
8월 29일은 경술국치일이다. 35년간 쓰였던 일본어의 잔재를 지워야 하는 것도 맞지만 억울한 우리말을 일본어로 둔갑시키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김종찬 취재3본부 차장대우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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