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에서 늦은 밤거리에서 쓰러진 시민을 CCTV를 통해 발견해 적절히 대응한 일은 CCTV의 효율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다. 광주에 설치된 CCTV가 모두 1만2천여대. 여기에 가게 카메라는 물론 차량용 블랙박스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거나 범인 검거가 수월해진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는 CCTV 덕분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휴대폰을 들고 다녀도 뺏기지 않는다는 것, 노트북을 놔두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잃어버리지 않는 것, 심장병 등 갑작스러운 위험 상황에서도 생명을 잃지 않는다는 것. 늦은 밤 돌아다녀도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것. 이런 모든 안전은 대부분의 외국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자부심이다.
하지만 CCTV가 많아 치안이 좋거나 범죄가 줄어든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영국의 사이버보안 정보업체 컴패리텍(Comparitech)이 세계 150개 주요 대도시의 공공 감시카메라 수를 비교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감시카메라 수는 총 7만7천564대, 1제곱마일(2.6㎢)당 332대로 단위면적당 감시카메라 수가 세계 11위다. 1위는 인도 델리로 카메라 수가 1천827대였다. 이어 영국 런던은 1천138대, 인도 첸나이는 609대, 중국 선전은 520대다. 상위 20개 도시 중 중국 도시가 베이징을 포함해 11개다. 뉴욕, 뭄바이, 멕시코시티도 상위 20위에 포함됐다. CCTV 설치를 추진하는 주된 근거 중 하나가 범죄 예방이지만, 언급된 도시 상당수는 소매치기 등 치안이 불안하거나 사건·사고가 많은 도시다.
CCTV는 두 얼굴을 가진 네트워크다. 공동체의 안전과 효율을 꾀하는 데 쓰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가 하면, 사생활과 이동의 자유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인구당 CCTV가 많은 대도시 상위 20곳 중 16곳이 중국 도시다. 중국은 빠져나갈 곳이 없다는 뜻의 천망(天網)이라는 이름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감시하고 있다. 천망은 AI가 더해져 더 촘촘해졌다. 코로나 당시 마스크 쓰지 않는 사람을 찾아내고, 홍콩 민주화운동에서는 시위대를 콕 집었다. 신장웨이우얼과 티벳은 CCTV 덕에 담장 없이도 감옥이 됐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슈퍼 인공지능이 천망을 뜻하는 영어, 스카이넷이었다.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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