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선 흙을 밟기가 사실상 힘들다. 흔하디 흔한 바람도 빼앗겼다. 꽃·나무로 뒤덮인 공원 대신 고층 빌딩 등 '콘크리트 정글'이 들어서면서다. 생태계를 짓밟은 후과는 점차 현실화 하고 있다. 땅을 덮은 아스팔트·시멘트 등이 열은 흡수하고 물은 차단하면서다. '열섬(heat island)' 현상이 대표적이다. 기온 분포 곡선을 그리면 도심이 고립된 섬 모양으로 나타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간이 기후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도시화·산업화 영향 탓이다.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작은 변화의 결과가 원인을 다시 키워 더 큰 변화를 몰고 온다는 의미다. 원인은 에너지 소비다. 도심은 대형 상가·건물의 냉난방과 대중교통·자동차 운행 등으로 열이 발생한다. 찜통으로 달궈진 도심에선 에어컨 등을 더 많이 가동하게 된다. 전력 에너지를 더 쓰게 된다는 거다. 지속 땐 예상치 못한 기후재난이 닥칠 것이란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충장로 등 도심은 기온이 훨씬 높다. 태양 빛을 반사하고, 아파트·자동차 등에서 열이 배출되면서다. 501㎢에 이르는 광주의 전체 면적 가운데 4분의 1(25%)을 콘크리트나 아스팔트가 차지하고 있다. 7대 특·광역시 중 서울·부산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다. 외부 공기 순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숲이 줄고 고층 건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표적 습윤폭염 도시인 광주의 무더위는 유별나다. '광프리카(광주+아프리카)'로 불릴 정도다. 체감온도는 29.5도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폭염 일수 역시 평균 30.6일로 대구를 앞섰다. 기상청의 2015~2024년 여름철(5~9월) 온도 분석 결과를 통해서다. 70여 년 후엔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더욱 잦아진 열대야도 그 중 하나다. 밤에 '태양'이 떠 있는 셈이다. '낮 폭염, 밤 열대야'가 뉴노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폭염 등 기후 위기를 녹지·바람길 조성 등을 통해 되살린 곳이다. 80∼90년대, 더위 먹었어도 이마의 땀을 식혀주던 산들바람에 미소짓곤 했다. 무더위가 한풀 꺾여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코 앞이다. 여전히 에어컨 때문에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어린 시절 불렀던 '산바람 강바람'이 더욱 그리운 날이다.
유지호 디지털본부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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