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팔려진 DJ 동교동 사저

@이용규 입력 2024.08.07. 16:53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1987년 5월 외신에 의해 '김대중선생 불법감금 해제하라'는 펼침막을 들고 지붕위에서 시위하는 사진이 보도됐다. AP통신 기자가 동교동 일대 200m 떨어진 곳에서 망원렌즈로 잡은 이 사진은 김대중의 가택 연금을 전세계에 알린 결정적 장면이었다. 김대중은 1985년 1월 미국 망명에서 돌아온 이래 87년 6월까지 동교동 자택에서 가택연금됐다. 사진속 지붕위 두 남자는 김옥두·남궁진씨였다. 1987년 4월 부터는 직계가족만 출입이 가능했다. 비서들도 한번 집을 나가면 다시 들어오지 못했고, '동교동 교도소'로 통했다. 이 집은 1962년 4월 결혼한 DJ 부부가 이듬해 입주 당시 단층에 방을 세 개들인 국민주택이었다. 자택 대문에 걸린 김대중·이희호 문패는 남편이 집안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에 낯설었지만, 남녀 평등을 상징했다. 동교동 자택은 DJ가 군사 독재시절 55번의 가택 연금, 망명과 일산시절, 청와대 퇴임후 서거때까지 기거한 한국 현대사의 공간이었다. 김영삼 전대통령 상도동 사저와 더불어 정치인 김대중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이 일반인에게 팔려 시끄럽다. DJ 3남인 김홍걸 전 의원이 상속세 17억원 부담을 이유로 제빵학원 사업자 등 3명에게 100억원에 넘겼다. 일부 공간에서 DJ를 기념한다고는 하나, 한국 현대사의 공간이 민간 사업자에게 맡겨진 것이다.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 사저 관리에 대해 명확한 기준은 없다. 서울 신당동 박정희 전대통령 가옥과 서울 서교동 최규하 전대통령 가옥, 서울 이화동 이승만 가옥은 국가서 관리하고 있다. 올해가 김대중 전대통령 탄생 100년이고 오는 18일 서거 15주년을 맞는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품고 있는 역사적 유산의 사유화가 당혹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그 흔한 논평 하나 없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호떡집에 불난 듯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진정성을 느낄수 없다. 김대중정신을 외치던 광주전남 정치인들도 DJ 사저 매각에 대해 입을 닫아버렸다. 환매 등을 추진할 때 그 말이 족쇄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일까? 갈등과 대립의 시기에 관용과 용서를 실천한 DJ 정신이 배어있는 동교동 사저는 영구히 지켜져야 한다. 우선 가족들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DJ 정신을 잇는다는 민주당이 재매입을 하든 또 다른 방안을 마련하든 앞장서야 한다. 민주당이 이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더 이상 김대중정신을 논할 자격이 없다.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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