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목화가 개그 코드로 쓰인 적이 있다.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서다. 톱스타인 천송이 캐릭터를 연기한 전지현은 카페 모카 관련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망신을 당한다. "갈릭 피자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며 백치미를 자랑하던 그다. "문익점 선생님 덕분에 우리가 모카를 마신다." 붓 대롱 속에 숨겨온 '문익점의 목화 씨앗' 이야기를 모카로 오인한 에피소드였다.
따뜻함을 주는 꽃이다. 솜을 만들어 내 추위을 버텨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겨울철 없는 서민들의 마음까지 덥혀줬던 두툼한 솜 옷·이불이 대표적이다. 조선시대 대중화로 '의생활 혁명'을 가져왔다. 원산지는 인도다. 면화·미영·목면 등으로도 불린다. 기원전 3천500년쯤 면이라는 직물로 처음 만들어졌다. 꽃피기 시작한 곳은 고대 중동 지역이었다.
외부 유출에 대한 단속이 엄했다. 1367년 사신으로 갔던 문익점이 금수품이던 목화씨를 몰래 숨겨 들여왔다. 원나라 지배를 받던 교지국(지금의 월남)으로부터다. 꽃 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7월 중순 꽃이 피고 한 달여 뒤 첫물을 따기 시작한다. 꽃 안의 종자가 커지면 다래라고 부르는 열매가 된다. 이 열매가 잘 영글면 솜이 밖으로 드러난다. 씨앗을 보호하거나, 여문 씨앗의 이동을 돕기 위해서다.
사랑과 배려를 떠올리게 한다. '뒤 터에는 목화 심어/송이송이 따낼 적에/좋은 송이 따로 모아/부모 옷에 많이 두고/서리맞인 마고 따서 우리 옷에 놓아 입지.' 초겨울까지 하얗게 벌어진 열매를 따면서 부르던 노동요다. 과거 시험 문제였다. '화부화(花復花)'. 영의정이었던 채제공이 죽은 뒤 정조가 냈다. 단 한 명의 선비가 정확히 의도를 짚었다. '꽃이 져서 솜이 되면 그게 또 다른 꽃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조선 야사집인 '대동기문'에 그 일화가 실렸다. 나중에 그 선비에게 답을 알려줬던 노인 집을 찾아갔는데, 채제공 무덤이었다고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이 눈길을 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이야기다. 참사 이후 남겨진 가족의 스토리를 다룬 작품. 10주기를 맞은 '그날'에 대한 새로운 기억법이다. '잊혀지고 있었단 걸 깨닫게 해줘서 감사하다.' 한 관객의 평이다. 목화 솜은 꽃이 진 뒤에야 나온다. 다시 피어나자는 약속과 희망이 담겼다. 하늘의 별이 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꽃이 다시 꽃으로 부활하기를 기대하면서다.
유지호 디지털본부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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