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교육자 김용근과 광주시교육청

@이용규 입력 2024.05.29. 16:2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8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을 마친 뒤 1묘역에 안장된 고 박금희, 고 김용근, 고 한강운 유공자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고 김용근은 교육자이자 항일 독립유공자와 6·25 참전용사, 5·18 국가유공자였다. 1917년 강진에서 태어난 고인은 평양숭실학교 재학 중 신사 참배 반대와 연희전문시절에는 총독암살단을 조직한 혐의로 2년 투옥됐다. 광주제일고와 전남고 등에서 국사를 가르친 고인은 1975년 전남고생 8명이 퇴학당한 유신 반대 시위 책임자로 지목돼 교단에서 물러났다.

1980년 5·18 당시 윤한봉, 정용화, 김남표, 은우근 등 4명의 제자를 숨겨줘, 나중 계엄사에 체포돼 상무대에서 6개월간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계엄군에 쫓기는 제자들이 강진 작천의 스승을 찾아 내려간 것을 보면 이들의 신뢰 관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제자들은 지난 1995년부터 김용근 민족교육상을 제정해 스승의 뜻을 기리고 있다. 지난 14일 시상식을 가진 제30회 김용근 교육상은 해남에서 김남주 추모사업을 하고 있는 김경윤 시인이 받았다.

스승은 제자의 등불이다. 다산 정약용과 황상과의 관계는 이를 잘 설명한다. 신유박해로 강진에서 17년간 (1801~1818)유배생활을 하던 다산은 동문밖 주막집에서 작은 서당을 열고 소년 황상을 만났다. 이때 황상은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다산의 가르침을 새기며 공부에 매진했다. 엄하고 깐깐한 다산의 교육을 견디어낸 황상은 훗날 추사 김정희 등과 교류하고 뛰어난 글솜씨로 이름을 날렸다. 요즘 사람들은 스승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세태가 그럴지라도 교육 현장에서 '주입식 찬사'는 아닐지라도 실천 교육의 삶을 살아온 교사상을 기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올해 광주시교육청이 김용근 교육상을 대하는 자세는 실망스럽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김용근 선생을 지역의 페스탈로치'라고 찬양했던 이정선 시교육감을 비롯한 간부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기념사업회측의 몇차례 간곡한 참석 요청에도 이를 외면했다고 한다. 이날 시교육감 일정은 일선 고교 특강 등 외부행사에 맞춰져 있었다. 교육감으로선 직선제이다 보니 챙기고, 가야할 곳은 많다. 1년전 상황과 전혀 다른 태도에서 "뭣이 중한디"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hpcyglee@mdilbo.com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