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5·18과 '그날의 광주'

@유지호 입력 2024.05.16. 18:35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이다. 현실의 나를 대리하는 '아바타'가 활동하는, 소프트웨어로 만든 일종의 3D 그래픽 맵이다. 1992년 처음 등장한 용어다. 미국의 작가 닐 스티븐슨이 쓴 공상과학소설 '스노 크래시'에서다. 요즘엔 실제 생활처럼 경제·사회·문화 활동도 할 수 있다.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발달로 가상 세계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다.

게임이 삶으로 들어왔다. 현실 세계와의 경계가 무너지면서다. 콘텐츠 생산에만 그치지 않는다. 돈이라는 현실이 움직이는 것이 메타버스다. 2006년 출시된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대표적이다. 레고 모양의 개인 아바타로 게임을 즐기며 유저 간 채팅·통화는 물론 게임까지 제작 할 수 있다. 게임이 팔리면 로벅스라는 가상화폐를 받는데, 일정 금액 이상되면 실제 화폐로 환전할 수 있다.

알파세대(2010년대 이후 출생)에서 압도적 인기를 누린다. 생성된 게임만 최소 4천만 개다. 한국 등 200여 개국, 80여 개 언어로 게임을 함께 즐긴다. 매일 평균 이용자는 7천만 명을 넘는다. 10대 초반 세대가 좋아하는 특성상 게임들은 단순하고 그래픽도 조악한 편이다. 하지만 현실과 다른 세계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이 게임에 미래 세대들은 열광한다. 차세대 인터넷, 유튜브를 뛰어넘는 '초딩들의 놀이터'로 불릴 정도다.

최근 논란은 고민거리를 남겼다.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그날의 광주' 게임 이야기다. 시민과 계엄군이 총격전을 벌인 역사적 비극을 게임으로 만들었다. 배경은 80년 5월 금남로다. 역사 왜곡의 단골 주제인 '북한군 침투설'도 그대로 차용했다. 게임머니로 아이템을 사면 북한군이 될 수 있도록 하거나 게임 내 땅굴을 따라가면 인공기와 북한 노래가 나오는 방식이었다. 그 간 1만5천 명 이상이 이용했다.

18일이면 5·18 44주년이다. '그날의 광주'는 상징적이다. 인상과 인지는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을 원한다. 그 틈을 노려 역사와 가상 세계를 교묘하게 비틀었다. 로블록스 측은 이 게임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제동을 건 이는 부산에 사는 한 초등학생이었다. "학교에서 배워 게임의 역사 왜곡을 알았다." '게임 체인저'의 용기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폄훼·왜곡 시도가 현실·가상 세계에서 모두 사라지길 바라는 '기도메타'와 함께다. 유지호 디지털본부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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