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44년 동안의 눈물

@최민석 입력 2024.05.13. 14:34

사람의 눈물은 눈 앞의 현실을 감당할 수 없을 때 나온다. 외롭거나 슬플 때 혹은 상처와 설움에 복받쳐 예고 없이 쏟아지기도 한다. 기쁠 때도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 눈물은 말로 할 수 없을 때 튀어나오는 또 다른 언어이자 표현이다.

우리에게 눈물로 얼룩진 역사가 있다. 그 눈물은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됐다. 시간이 지나도 세월이 흘러도 그 눈물은 마를 줄을 모른다.

5월 광주가 그렇다. 신록의 푸르름 속에 온누리에 퍼지는 햇살 속에 자유의 추억으로 채워져야 할 시간들이 잔인한 국가폭력 앞에서 눈물과 슬픔으로 뭉개져 버렸다. 오랜 군부독재가 끝나고 새로운 봄이 온 줄 알았다. 민주화의 꽃이 피어나고 자유와 평등 속에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것은 1980년 5월을 겪은 모든 이들의 바람이었다. 모두의 바람은 최악의 비극으로 끝났다.

군부는 폭도들을 진압하고 질서를 회복한다며 무자비한 폭력을 일삼았다. 폭력에 분노하고 민주화를 외치던 투사와 시민들은 물론 앳된 얼굴의 10대 학생과 대학생, 청년들까지 총칼에 쓰러졌다. 친구 만나고 온다며 외출한 학생, 아빠 담배 심부름 한다며 나간 아이, 동생 찾는다며 나간 고교생까지 잠시 대문을 나섰던 이름 모를 이들이 실종되거나 돌아오지 못했다. 찾았다고 해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거나 피투성이로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실려간 이들도 적지 않았다. 남편을 떠나보낸 어머니는 홀로 남아 자식들을 키웠고 부모, 자식, 형제들을 잃은 이는 평생을 못 다 흘릴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5월만 되면 망월동 묘역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들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그렇게 44년이 흘렀다. 왜곡과 폄훼는 여전하고 5월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가해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희생자 유족들과 광주 시민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여전히 그들의 시간은 80년 5월에 멈춰져 있다. 멈춘 시간을 움직이는 것은 5천만 국민 모두의 몫이다. 더 이상 그 눈물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우리 모두 후손에 부끄럽지 않을 역사를 물려주고 미래의 문을 여는 것이 44년 동안 흘린 눈물에 대한 보답이다. 최민석 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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