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고객 스스로가 바코드를 찍는 셀프 계산대는 이제 익숙한 모습이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얻는 과정에서 노동을 수행하는 이 '그림자 노동'은 늘어선 줄에 기다리지 않고 결제, 더 편리한 쇼핑환경을 제공한다며 확산됐다.
셀프계산대는 1986년 '슈퍼마켓의 혁명'이라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한 후 40여 년 동안 철거했다 설치했다를 반복하다, 비대면을 권장한 코로나19 시기에 셀프주유소나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으로 뻗어갔다.
그러다 선도적으로 도입했던 미국과 영국 대형마트들은 최근 셀프계산대를 없애는 추세다. 잦은 결제 오류로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이 많아져 대기가 길어지면서, 이를 해소를 위한 인력이 더 필요했다. 셀프계산의 허점을 활용한 절도 사건도 꽤 많이 발생했다. 제품의 무게를 인식하는 셀프계산 시스템을 이용해 바나나를 입력하고 비슷한 중량의 스테이크를 가져가는, 일명 '바나나 트릭'은 가장 유명한 수법이다. 과일이나 채소를 구매할 때, 유기농 당근을 올려놓고 가격이 싼 일반 당근의 바코드를 찍는 사례도 있다.
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5%, 7명 중 1명이 물건을 훔친 경험이 있고 답했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셀프계산대에서 도난이 일어날 확률이 계산원이 있는 계산대의 21배에 달했다. 고객이 담아가는 물건보다 적게 계산되는 사례는, 일반 계산대는 0.3% 셀프계산대는 6.7%였다. 금액 기준으로는 3.5%, 즉 셀프계산대를 통해 100만원어치를 사 갈 때 3만5천원 꼴로 덜 결제했다.
마트 측에서는 절도를 막기 위한 여러 보안 대책이 추가됐다. 셀프계산대에서 손님이 계산하는 동안 이를 지켜보는 직원을 늘렸고, 출구에서 영수증을 일일이 확인했다. 월마트는 셀프계산대 근처에 '스캔 누락 감지' 기능이 있는 AI 기반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공항 검색대처럼 번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한 슈퍼마켓 체인은, 고객이 서두르지 않고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계산할 수 있는 '수다계산대'를 마련했다. 노인 인구의 소통과 외부 활동을 활성화하고 외로움과 싸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으며 확대되고 있다. 언뜻 '빠르게'와 '비대면'에 초점을 맞춰진 시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령화 시대를 미리 준비하는 선도적인 사례처럼도 보인다.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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