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광주는 '재선(再選)의 무덤'으로 불린다. 선출직 공무원에 두 번의 당선을 허용하지 않는 뜻이다. 선거 때마다 단명이란 숙명을 피하고자 몸부림치지만 결국 비명으로 끝난다. 가장 가까운 4·10 총선만 보더라도 광주지역 국회의원 8명 중 7명이 재선에 실패했다. 선출직 공무원들의 고개가 저절로 숙어지는 도시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국회의원은 비교적 최근 경향이다.
광주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1995년 민선 도입 이후 박광태 전 시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선에 실패했다. 광역단체장이 광주에서만큼은 '4년 단임제'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강기정 광주시장은 아예 임기를 시작하면서 시장 집무실에 '광주의 시계'를 놓았다. 임기 4년 3만5천40시간을 분초로 움직이는 모래시계다. 어차피 불확실한 재선을 위해 몸을 사리기보다 한 번 주어진 4년 내 변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다.
언뜻 4년마다 선출직이 교체되는 광주를 두고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라거나 '광주 민심은 역시 매섭다'라고도 치켜세울 수도 있겠다.
그럼 이제 광주를 바라보자. 정책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온통 단절되고 분절된 것들로 범벅이다. 어느 정책이든 그것이 구현된 공간이든 점과 점을 연결해 선을 만들고, 선과 선을 이어 면을, 또다시 이를 3차원 입체로, 나아가 4차원 이상의 초입체로 만들어야 브랜드와 자산이 되고 결국 도시를 먹여 살릴 경쟁력이 된다. 광역이든 기초지자체든 성공한 정책이나 브랜드 대부분이 재선급 이상 선출직에서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를 보면 온통 점들뿐이다. 면과 입체는커녕 선이 되기도 전에 감독이 교체되니 뭐 하나 제대로 만들어지는 게 있을 리가…. 불만이 쌓이니 4년마다 새로운 감독을 모셔 와 봐야 기존에 '밀린 작업' 처리하는 데 하세월일 터. 그러다 새로운 점 몇 개 그려놓고 또다시 4년 뒤 교체 그리고 반복. 악순환의 책임은 과연 감독에게만 있는가?
지금껏 그래왔듯 '이게 다 감독 때문이다'를 입버릇처럼 되뇌기에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이 도시에 주어진 여건이 그리 녹록지 않다. 가뜩이나 누적된 (기득권의) 미필적 방임으로 타 도시와 경쟁에서 뒤처져 있는데 '청년 유출', '인구 소멸'이란 무거운 추까지 달고 달려야 한다. 도시가 무너지는 건 서서히 그리고 한순간이다.
모래알 도시를 단단한 입체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체장이든 국회의원이든 선출직을 고르는 안목 못지 않게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책적 연결과 지속이 중요하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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