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1504∼1551년)은 '천의 얼굴'을 지녔다. 지난 500년간 여러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다. 현모양처의 사표와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 워킹맘, 여장부…. 가없이 전개된 역사 논쟁과 맞물리면서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시·그림·글씨에 능한 여류 예술가라는 점은 팩트다. 호는 사임당, 이름은 인선이다. 율곡이 16살 때 별세한 그의 일대기를 적은 '선비행장'엔 이름이 '모(某)'라고 표현돼 있다.
시대를 달리하며 끊임없이 재조명됐다. 유리 천장을 깨트린 여성의 대명사다. 경제의 역사이자 생활사인 돈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화폐 속의 인물.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다. 최고액권인 5만원권의 모델이다. 여성이 조선시대 이씨 성을 가진 남성들의 독무대였던 한국은행권의 판을 깬 셈이다. 1천원권 퇴계 이황, 5천원권 이이, 1만원권엔 세종대왕이 각각 나온다.
화폐의 여왕으로 불린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꽃을 피운 덕분이다. 지갑 속 박물관인 지폐가 대표적이다. '묵포도도'와 '초충도수병'(보물 제595호)은 그의 초상과 함께 5만원권에 담겼다. 5천원권엔 '초충도'가 들어가 있다. 그림에 표현된 수박은 다산과 풍요를, 맨드라미는 관운을 기원한다. 현행 화폐에 그림 등 그와 관련된 이미지가 가장 많이 들어간 것이다.
요즘 신사임당이 뜨고 있다. 우리네 지갑을 접수하면서다. 민속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서다. 5만원권 얘기다. 세뱃돈으로 가장 사랑받는 화폐가 됐다. 지폐 중 대세다. 조선 최고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이 나오는 1만원권을 일찌감치 밀어냈다. 9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를 앞두고 희비가 갈린다. 어른들의 걱정거리 1위가 세뱃돈인 반면 아이들이 설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 또한 세뱃돈이기 때문이다.
물가는 치솟고 돈 나갈 곳은 많은데 세뱃돈까지 부담되는 설이다. 세뱃돈엔 '1-3-5', '3-5-10' 원칙이 있었다.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으로 나눠 각각 1만원, 3만원, 5만원 또는 3만원, 5만원, 10만원을 주는 방식이다. 올해는 '5-7-10(20)'도 들린다. 신사임당이 '기본 단위'가 됐다는 의미다. 고물가 탓이다. 귀성 행렬과 함께 전국의 삼촌·고모·이모들의 고민도 시작됐다. 1년 전 쯤, 어느 유명가수의 '좀스럽게 만원권 몇 장을 줄 지, 아님 호기롭게 오만원권 쥐여 주고 후회로 몸부림칠 지' 말이다.
유지호 디지털본부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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