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연말 선물

@김혜진 입력 2023.11.30. 18:25

길거리의 노란 단풍은 그대로인데 칼바람이 찾아왔다. 기온이 뚝 떨어지며 겨울이 왔나 했더니 기상청에 따르면 '아직 겨울이 온 것은 아니'란다. '패딩을 찾아 꺼내는' '전기장판을 켜는'날이 겨울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상학적으로는 하루 평균 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9일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날을 겨울로 보기 때문이다.

기상학에 따라서도 곧 겨울이 올 듯 싶다. 30일 최저 온도가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최고 온도 조차 5도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날씨가 지속되면 이제는 당당히 겨울이라 불러도 될 듯하다.

겨울과 함께 연말도 찾아왔다. 연초 계획을 잘 지켰는지, 또 올 한해는 어떻게 보냈는 지, 내년은 어떻게 보낼 지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떠나는 해가 아쉽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 어렵다는 연초 계획 지키기를 실천한 사람일 지라도 계획 이외의 아쉬운 점이, 또 계획 보다 더 잘하지 못한 점이 머리 속에 떠오를 테다.

그렇다고 연말을 아쉬움 속에서만 보낼 수는 없다. 아름다운 마지막이 있어야 희망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시작도 있다.

올 겨울은 일시적 한파가 찾아올 수 있지만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좀 더 따뜻하겠다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겨울이 무서운 사람들이 있다. 어려운 이웃들이다. '어려운 이웃'이란 말은 어렵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익히 들어 연말연시면 찾아오는 수식어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보호시설로부터 자립을 시작했지만 조언 하나 건네는 어른 하나 없는 아이들, 부모님을 대신 해 동생들을 돌보는 작은 손들, 비싼 병원비에 눈물 흘리는 희귀난치환우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이들이 우리 주변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는 연말이 아쉽다면 이런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이들은 '내가 불우이웃인데 누굴 도와'라고 말하기도 한다. 수많은 미담에서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데 있어서의 동력은 물질적 여유가 아니라 타인을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에서 얻는 것임을. 이를 통해 기부자도 삶에 대한 에너지를 얻고 있음을.

올 연말에는 큰 금액이나 비싼 물품이 아니더라도 작은 도움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연말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물론 당신에게.

김혜진 취재3본부 차장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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