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연휴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오랜만에 배달앱을 켜고 '맛있는' 치킨을 고르기 위해 주문 삼매경에 빠졌다.
그런데 웬걸, 빨리 주문해서 출출한 배를 채워야겠다는 처음 계획과 달리 주문에만 1시간 가까이 흘렀다.
치킨도 당초 먹고 싶었던 단짠(달고 짜고) 치킨이 아닌 '저렴한' 후라이드 치킨을 시켰다.
한 끼 주문에 호들갑을 떤 이유는 치킨 가격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BBQ, BHC 등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의 대표 메뉴는 웬만하면 배달비 포함 2만5천원을 웃돌았다. 맛 좀 있어 보이는 대부분 치킨이 저세상 가격이었던 것.
어안이 벙벙한 찰나 동네 치킨집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결국 배달비 포함 2만원 이내 가격으로 결제 가능한 후라이드 치킨으로 포만감을 누렸다.
비록 배달 온 치킨은 맛있게 먹었지만, 왠지 모를 치킨에 대한 배신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서민음식이라 하면 가격적인 부담이 크지 않아야 하는데, 배달 시 이 조건에 부합하는 치킨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집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기 싫은 날,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는 치킨을 먹기가 이렇게도 어려워졌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다른 한편으론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이 초저가 치킨 열풍을 일으킨 것처럼 값싸고 맛 좋은 동네치킨의 부활을 내심 기대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이제 상당수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선 모습이다.
예컨대 지난달 교촌치킨이 치킨 가격을 최대 3천원 인상하면서 소비자 반응이 냉담하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교촌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주식 마저 곤두박질쳤다.
교촌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 행사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반응이 차갑다.
교촌이 쏘아 올린 가격 인상 신호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닭고기 가격이 오름세라, 치킨 프랜차이즈가 가격 인상 이유로 자주 언급하는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치킨 가격 도미노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교촌을 반면교사 삼아 가격 인상에 신중하길 바란다.
한 번 떠나간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붙잡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지금도 업계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치킨값 3만원 시대'가 머지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이관우 취재2본부 차장대우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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