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잿빛경보

@이관우 입력 2023.04.09. 16:43

요 며칠 한반도 서쪽 상공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뿌연 하늘은 예보에도 없던 '중국발 미세먼지'의 침공을 알리는 서막이었을까.

집에서 바라본 무등산과 금남로 일대 풍경은 한 폭의 빛바랜 수채화를 연상케 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본연의 색을 잃고 회색으로 변색된 모습이었다.

외부 활동을 앞둔 터라 적잖은 당황을 무릅쓰고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봤다. "이게 정말 미세먼지라고? 안개가 자욱이 깔린 것은 아닐까…"

찰나의 고민은 창문을 열자마자 말끔히 해결됐다. 칼칼해진 목 상태와 이를 확인시켜 주 듯 적색으로 바뀐 공기청정기. 손은 자연스레 마스크를 챙기고 있었다.

미세먼지의 유해성은 국내외 연구를 통해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호흡기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고 널리 알러져 있지만 자율신경계와 염증반응, 항상성 유지, 내피세포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또한 초미세먼지(PM-2.5)의 연평균 안전 기준을 ㎥당 10㎍에서 5㎍으로 낮췄다. 한국은 ㎥당 15㎍로 강화했다.

최근에는 대기 중 미세먼지가 폐암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세먼지가 폐암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 곳곳에서 '미세먼지 불감증'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무렵 광주에서는 제14회 광주비앤날레가 개막했다. 전 세계 관람객이 광주를 찾은 터였다.

당시 광주·전남지역에는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실제로 휴대폰으로 확인한 미세먼지 농도는 ㎥당 300㎍을 웃돌았고, 초미세먼지 농도도 이에 질세라 하늘 높이 치솟으며 최악의 공기질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전시를 관람하거나 야외에서 휴식을 취하는 관람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설마 무슨 일 있겠어", "비상저감조치가 시행 중이니까", "비가 온 뒤라 괜찮겠지" 등 안일한 반응이 쏟아진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일정 수준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거나 예측될 경우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지만 공기질 개선에는 시간이 걸린다.

비가 내려도 초미세먼지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논문도 있다.

즉 미세먼지 방지 효과가 있다는 어떤 것도 섣불리 맹신해선 안된다는 의미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개인의 실천이다. 마스크 착용은 미세먼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다.

이관우 취재2본부 차장대우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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