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미술가'인 홍성담씨는 2014년 광주비엔날레를 앞두고 비엔날레 측으로부터 작품 의뢰를 받았다. 같은 해 8월8일부터 11월9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 그후'에 전시할 작품이었다. 작품 의뢰를 받은 홍씨는 당시 전국민에게 슬픔을 안겨준 세월호 참사를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연계해 묘사한 대행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완성했다.
그런데 전시 전날 광주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홍씨의 '세월오월'을 광주비엔날레 전시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광주시는 "홍씨의 그림 중 일부가 광주비엔날레에서 애초 제시한 사업계획의 목적 및 취지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공공청사인 시립미술관에 전시하거나 외벽에 게시하는 행위는 일체 불허하겠다"고 했다.
특별전 출품 작가들과 지역 문화계에서는 '세월오월' 속에 박근혜 대통령이 허수아비로 묘사돼 있어 이런 결정이 나왔다고 확신했다. 결국 홍씨가 '세월오월'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전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이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로부터 2년여 뒤인 2016년 11월 윤장현 광주시장은 '세월오월'이 전시되지 못한 것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압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 시장은 "김 전 차관의 통화가 세월오월 전시 철회에 영향을 줬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당당하게 작품을 내걸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다. 부끄러움이 있다"고 말했다. 윤 시장의 이 인터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언론보도에 의한 여파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던 시기였다.
시는 지난 2일 합동분향소 명칭을 '사고 희생자'로 표기하라는 행정안전부 지침을 대신 '참사 희생자'로 변경했다. '사고 사망자' 명칭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과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참사의 초기 대응도 문제인 것 같고, 단순한 사망이 아니라 어떤 큰 희생에 따른 피해자다. 이런 느낌이 들어서 행안부 지침이 있어도 이걸 좀 바꾸자고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행안부 지침을 따르지 않은 대신 광주 시민들에게 '민주 시민'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한 강 시장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김현수 서울취재본부 부장 cr-200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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