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누아르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 준석(유오성 분)이 어머니를 여읜 충격으로 마약에 빠져든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맞이한 준석은 계절에 맞지 않는 이불로 몸을 꽁꽁 둘러싸매고 있다. 그럼에도 한기가 드는지 그는 친구와 대화하는 내내 냉동고에 있는 사람처럼 오들오들 떤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는 당시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들로 열풍을 몰고 왔다. 그 많은 장면 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바로 마약 중독자가 된 준석의 모습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마약청정국이라 불렸기 때문에 해당 장면이 생경할 정도였다.
지금은 굳이 영화나 드라마 등을 찾아보지 않아도 쉽게 마약사범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실제 광주에서도 마약을 복용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추석에는 성묘를 가지 않고 마약에 취한 채 호텔에 머물던 남녀 커플이 경찰에 붙잡히는가 하면 지난 6월에는 20대 남성 5명이 클럽과 주거지 등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인 암페타민 등을 복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들과 함께 마약을 복용한 20대 남성은 돌연사했다. 같은 달 20대 여성 2명도 자택에서 마약을 투약하다 호흡곤란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경찰에 붙잡혔다.
'마약청정국'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일상생활에 마약이 스며든 것을 알 수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사이 마약사범은 1만5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천363명)보다 12.9%나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약사범 중에서도 청소년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그 심각성을 더한다.
10대 마약사범의 경우 인터넷과 국제 배송으로 손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지난 2011년 41명에서 2021년 450명으로 10년 동안 11배나 급증했다. 마약류 압수 규모도 2017년 154.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천295.7㎏으로 5년 사이 8배나 급증했다.
해외 직구 형태의 마약류 유통이 증가하면서 연령과 계층을 불문하고 누구나 손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 법무·검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다시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되찾겠다"라고 못 박았다. 사회의 근간을 일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약이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마약 유통에서 투약까지 뿌리 뽑아야 한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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