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에 현실과 흡사하게 구현
공간 재해석한 지역 작가 작품도
8월엔 발산마을서 오프라인전시

우리 지역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공간을 탐색하고 이를 또다른 현실세계인 메타버스에 구현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구발전오라가 기획한 메타버스 전시 '그대의 세계는 안녕하신가요!'다.
지구발전오라는 지난해 방직공장을 기념화한 '사라지는 흔적이 픽셀화될 때'전에 이어 올해는 광주 최초의 연립아파트이자 들불야학의 활동지인 광천시민아파트에 주목한다.
광천시민아파트는 1970년 만들어진 연립아파트다. 광천동 성당에서 열렸던 들불야학 활동지가 옮겨오면서 민주 열사들의 이야기가 스며든 곳이자 최초 민중 언론인 '투사회보'가 제작되기도 했던 주요 오월 사적지다. 광천시민아파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 노후화로 이곳에 거주했던 시민들은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고 점차 잊혀져가는 도심 속 낙후 공간으로 남아있다.
시대에 따라 재개발 광풍에 휩싸이게 된 광천시민아파트는 결국 철거 위기를 맞이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가, 다 두 개 동만 철거하는 것으로 결정, 대규모 철거를 앞두고 있다.

이에 지구발전오라는 강미미, 박인선, 이선희, 임현채 등 4명의 지역작가와 함께 역사적으로 사라질 존재에 대한 기억을 가상의 공간에 영속성을 가진 존재로 구현해냈다. 제페토로 옮겨온 현실과 거의 흡사한 광천시민아파트는 이제 언제 어디서나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생명력을 얻게 됐다. 방문객들은 광천시민아파트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 서로 음성 대화도 나눌 수 있다. 또 지역 작가들이 광천시민아파트라는 장소의 상징성, 사라졌거나 혹은 남은 존재들에 대한 기억을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은 제페토에 접속한 후 '그대의 세계는 안녕하신가요!'를 검색해 맵에 입장하면 된다. 전시는 내부에서 관람할 수 있고 맵은 상시 입장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오프라인에서도 펼쳐질 예정이다. 발산마을 역사문화관에서 오는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선보인다.
김영희 지구발전오라 큐레이터는 "지역에서 사라지는 곳들의 흔적을 가상세계에서로나마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며 "이를 통해 이들의 역사적 의미를 잊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간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문화단체 지구발전오라는 2015년 대인예술시장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 기획자와 청년예술가들이 함께 성장해보는 것을 기치로 한다. 2018년 12월 발산마을로 터를 옮긴 이들은 공공예술 영역에서 다양한 예술교육프로그램, 공공미술프로젝트 등을 펼치고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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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남도 풍경 담아낸 4인 4색 화면 고화흠 작 '백안' 지난 2020년 10월 故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장하고 있는 수만 여점의 컬렉션이 국가와 국공립미술관에 기증되며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동서양의 이름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술 뿐만 아니라 기증 문화는 조명 받기 시작했고 점차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미술계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겼지만 기증 문화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 여전히 기증자나 기증작품에 대한 예우는 부족하고 수장고로 들어간 작품은 언제 세상 밖으로 나올지 모르는 상태인 것들이 많다.이같은 분위기 속 전남도립미술관은 지난 2021년 기증전용관을 오픈, 기증작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1년마다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것으로 기증작품에 대한 재조명까지 이뤄지고 있다.올해는 남도의 풍경을 다양하게 표현한 4명의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지난 7일 오픈한 2025 기증작품전 '바람 빛 물결'이다.양계남 작 '오월은 여름일레라'지난해 기증작품전 '시적추상'에 이어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전남 출신의 고화흠, 양계남, 윤재우, 천경자 네 작가의 작품 11점으로 꾸려졌다. 작품은 남도의 자연과 풍경을 주제로 한 것들로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해 표현, 네 작가의 각기 다른 작품 세계 속 남도를 확인할 수 있다.구례 출신의 고화흠의 작품은 '무제' '백안' 등이 관람객과 만난다. 고화흠은 부서지는 파도의 물결과 모래사장을 은백색으로 표현한 '백안' 시리즈 등으로 남도의 자연에서 시작해 서정적 추상 작품을 선보여온 인물로 남도 풍경에 대한 인상, 색채에 집중할 수 있다.보성 출신으로 전남권 최초 한국화 전공 여성 교수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양계남은 자수에서 모티브를 얻어 세필로 자연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독특한 준법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같은 그의 독특한 표현법을 계절과 함께 느낄 수 있는 '넉넉한 겨울' '오월은 여름일레라'가 선보여진다.윤재우 작 '추경'대상을 단순화한 대신 화려한 색채로 물들이며 새로운 시선을 담아내는 강진 출신의 윤재우의 작품은 '추경' '탐라철쭉'등이 전시장으로 나와 봄, 가을을 물들이는 아름다운 계절 색감을 선사한다.고흥 출신의 천경자는 전통 채색화를 기반으로 화려한 색채를 사용해 환상적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을 작업해왔다. 전시에서는 그가 고흥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항구에서 물고기를 가득 잡아온 만선을 보고 느낀 기쁨을 화려하게 표현한 '만선'을 비롯해 '화혼' 등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고향의 품으로 안긴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이번 전시는 지역 출신의 작가 작품을 통해 남도의 아름다움과 우리 지역 미술을 확인하는 자리로도 의미가 크지만 기증 작품을 함께 향유하며 기증의 의미를 조명하고 활성화하며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춘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전시가 이뤄지는 상설기증전시관 또한 이같은 맥락에서 운영, 도립미술관은 작품을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시를 기획해 다양한 관점에서 해당 작품들의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도립미술관은 현재 566점의 소장품 중 27.9%인 158점이 기증작품으로 이 중 120여점은 전남 지역 출신 작가의 작품으로 남도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연구하는 중요 컬렉션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작품기증은 단순히 작품을 많은 사람과 향유한다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사를 연구하는 주요 자원을 공유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천경자 작 '만선'이지호 도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가 작품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림과 동시에 기증 문화의 활성화, 문화 자산의 사회적 환원 확산을 이루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또 관람하는 분들은 지역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하고 자연을 주제로 한 이 지역 작가들의 예술적 탐구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무료이며 내년 2월 9일까지 이어진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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