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실상사> 가득함도 비움도 빛나는 천년고찰

입력 2026.08.11. 13:36 고공석 기자
다양한 템플스테이 ‘休休’
국보·보물 등 문화재 보유
연꽃풍광 좋은 실상사 입구 전경.<무등일보>

‘가득함도 빛나고 비움도 빛나라’. 지리산 실상사 초입 천왕문에 걸린 주련(柱聯)이다. 주련은 건물의 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거나 걸어 두는 글귀를 일컫는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색을 가득함(충만)으로, 공을 비움(무소유)으로 표현했다. ‘소유, 성취, 완전함’이나 ‘집착을 내려놓는 비워냄’이나 모두 ‘빛나야 한다’는 뜻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자연스러운 삶, 공동체적인 삶을 가치로 여기는 글귀로 여겨진다. 지혜의 향기가 물씬하다.

그래서일까? 실상사 휴휴당(休休堂·쉬고 또 쉬는 집)서 열리는 지리산의 아침, 나를 위한 행복여행, 공동체학교, 내인생의 3박4일 등 템플스테이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지리산 실상사’ 홈페이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상사내 옛기와탑. 실상사의 모습과 변천과정이 담긴 기와 한 장 한 장이 기와탑을 이루고 있다.<무등일보>

남원시 산내면 입석리 50-1. 실상사는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금산사의 말사이다. 828년(신라 흥덕왕 3) 증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산선문 가운데 가장 먼저 세워진 선종의 대표 사찰이다.

천왕문서 바라본 보광전 앞 삼층석탑과 석등.<무등일보>

실상사는 평지사찰이다. 한국의 사찰이 대부분 산 속에 자리잡고 있으나 실상사는 들판 가운데 자리잡은 것이 독특하다. 풍수지리가들은 실상사 터를 ‘연꽃잎이 연꽃열매(연밥)를 빙 둘러싼 모습’으로 표현한다. 연화정토다. 실상사 둘레숲 승탑순례길을 한바퀴 휘돌아보면 풍수지리가의 말이 와닿는다. 승탑순례길은 해찰하고 걷든, 사색하며 걷든 1시간 거리다. 실상사 입구에 다다르면 드넓은 ‘연꽃정원마당’ 풍광도 금세 친숙해진다.

하여튼 실상사는 여느 사찰과 달리 범상치 않다.

실상사 전경.보광전, 삼층석탑, 석등, 옛기와탑이 한눈에 들어온다.<무등일보>

보광전 앞에 서로 맞보고 있는 동·서 삼층석탑과 석등을 비롯해 증각대사탑, 증각대사탑비, 수철화상탑, 철조여래좌상, 실상사 승탑 등 문화재유산이 많은 것도 그렇다. 국내 최대 문화재 보유 사찰이다. 실상사 부속 암자인 백장암도 꼭 들러볼 일이다.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975. 백장암은 실상사와 인월면 소재지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이곳엔 국보 10호인 삼층석탑과 석등이 발길을 오래 붙잡는다. 특히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삼층석탑은 당시 누군가의 예술성과 독창적 상상력을 담은 작품이다. 탑의 몸체에 층마다 보살, 선녀, 천왕 등 다양한 인물상을 화려하고 자유분방하게 새겨놓았다. 발품팔만 하다.

‘미처몰랐네, 그대가 나임을 미안해 미안해/ 이제 알았네 그대가 나임을 고마워 고마워’ 6폭으로 제작된 실상사 휴휴당에 걸린 주련이다.

고공석 기자 ksko1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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