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칼럼]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향한 나침반, 성평등 정책

@오미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 입력 2026.09.09. 14:36
오미란(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최근 기업이나 정부에서는 조직의 성장을 위해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새로운 조직문화로 강조하고 있다(이하 DEI). DEI는 조직이나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차별받지 않고 공정하게 존중받도록 하는 정책과 가치 기조를 말한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가치 이외에 개방성을 중요한 정치 패러다임으로 강조하고 있다.

개방성의 핵심은 시민과의 투명한 소통과 정보공개이다. 다양성은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단순한 차별금지를 넘어서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포용성은 실제로 사회적 약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접근성을 강화하여 누구도 배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모든 원리는 성평등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차별금지법은 국회를 표류하고 있고, 통합특별시는 ‘양성평등’이니 ‘성평등’이니 하는 갈등 때문에 조례안 제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여성혐오 살인을 경험하고 있고, 디지털 성범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성인지감수성이 낮은 경찰과 사회제도로 인해 故이채원양 살해사건의 본질이 왜곡되었고, 법원의 피해자 주소지 송달로 5살 딸아이가 보는 앞에서 이혼소송 중인 남편은 아내를 살해했다. 최근 발생한 사건들은 여성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소유와 성적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젠더폭력’이자, 사법·행정 시스템의 촘촘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만들어낸 구조적 사회적 참사다. 결국 사회적 약자의 안전이 보호되지 못한 성별 불감증은 삶의 불안을 여성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주었다. 혐오(嫌惡)의 한자를 봐도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사회의식이 얼마나 뿌리가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성평등 정책의 핵심은 누구도 성별의 차이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옷은 바꿔입었지만 성평등 사회로의 변화는 아직 체감도가 낮다. 이런 와중에 새로 출발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조직체계에 기본사회 부시장 직속 성평등정책관 신설이 발표되어 향후 통합특별시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기대를 갖게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용평등, 경력단절예방, 돌봄과 가족, 안전, 일-생활 균형, 가족, 아동·청소년 정책 등 지자체 행정 전반의 영역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해야 하는 여성정책 추진체계의 약화에 대한 여성계의 우려의 목소리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메가시티를 지향하는 통합특별시는 성평등의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제도의 개선만이 아니라 인식의 개선, 문화의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는 강력한 조정권한과 민관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이번 조직개편이 성공을 거두고 지역 성평등 정책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새로 구축되는 성평등정책관 조직 및 여성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통합 추진체계 구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행정 구조의 개편은 단순한 자리 만들기나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기계적 결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 도시가 지향하는 미래 가치의 선언이다. ‘성평등으로 빛나는 도시’를 표방해 온 전남광주가 통합 메가시티라는 거대한 돛을 올린 지금, 새로 시도되는 조직개편은 지역 사회의 안전과 공정성을 담보할 핵심 닻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 누구나 안심하고 삶을 영위하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나침판이 성평등 정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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