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적으로 파크골프 열풍이다. 하천 둔치와 체육공원, 유휴지 곳곳에 파크골프장이 들어서고 있고, 지자체마다 조성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한때 일부 동호인의 운동으로 여겨졌던 파크골프가 이제는 고령사회 생활체육의 대표 종목처럼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열풍을 단순히 노인 스포츠의 확산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그 안에는 건강, 여가, 세대, 공공공간, 복지의 문제가 함께 들어 있다.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되었다. 이름 그대로 공원에서 즐기는 골프다. 일반 골프처럼 넓은 골프장과 여러 개의 클럽, 많은 비용이 필요한 운동이 아니라, 공원이나 하천변의 작은 공간에서 클럽 하나와 공 하나로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생활체육이다. 처음의 취지도 분명했다. 어린이, 어른, 노인이 함께할 수 있는 3대 스포츠였다. 버려진 둔치와 유휴지를 시민의 운동장으로 바꾸고, 골프의 문턱을 낮추어 일상의 공원으로 가져오려는 발상이었다.
파크골프가 고령사회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몸에 무리가 적은 생활체육이라는 점이다. 걷기와 가벼운 스윙이 결합되어 있어 격한 운동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비교적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운동을 하러 나왔다가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다시 운동장에 나오는 선순환도 만들어진다. 이는 단순한 체육활동을 넘어 고립을 줄이고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사회적 처방이 될 수 있다.
둘째, 건강수명을 늘리는 예방적 복지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다. 고령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병원에 덜 가고, 약에 덜 의존하며, 자기 발로 걷고, 이웃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파크골프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시민의 건강을 일상 속에서 돌보는 복지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지자체가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야 한다.
셋째, 유휴지를 시민의 일상공간으로 바꾸는 공간복지의 가능성이다. 주변의 방치된 둔치와 공원 주변의 빈 공간이 시민의 운동장과 만남의 장소로 바뀐다면, 그것은 작은 체육시설을 넘어 생활 속 복지 인프라가 된다. 공간복지는 거창한 건물이나 대규모 사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집 가까운 곳에 걸어갈 수 있는 운동 공간이 있고,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세대와 계층을 가르지 않고 함께 머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생활 속 공간복지다.
그러나 현재의 운영 실태를 보면 아쉬움도 적지 않다. 파크골프가 본래 3대가 함께하는 운동으로 출발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노년층 중심의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고령층의 건강한 여가를 위해 매우 소중한 시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공공간에 조성된 시설이라면 특정 세대나 특정 동호인만의 공간으로 굳어져서는 곤란하다. 어린이와 부모, 조부모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가족 체험일, 청소년 입문교실, 세대 통합 대회 같은 운영 방식이 더해져야 한다. 그래야 파크골프는 ‘노인 운동’이라는 좁은 인식을 넘어 진정한 생활체육이 된다.
공간 운영의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한다. 많은 파크골프장이 하천변이나 공원, 유휴지에 조성된다. 이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천은 본래 물이 흐르고 생태가 숨 쉬는 공간이며, 공원은 모든 시민이 함께 누리는 열린 공간이다. 파크골프장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생태를 훼손하거나, 산책하는 시민의 이용권을 침해하거나, 일부 동호회의 전유 공간처럼 운영된다면 공간복지의 취지와 멀어진다. 공원 안에 만들었지만 공원이 사라지고, 하천변에 만들었지만 하천의 생태가 밀려난다면 그것은 공간복지가 아니라 또 다른 공간 점유가 될 수 있다.
이제 파크골프 정책은 양적 확대에서 질적 운영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령시대에 적절한 운동으로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되,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3대가 함께할 수 있는 열린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건강수명을 늘리고,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파크골프장은 단순한 체육시설이 아니다. 잘 만들고 잘 운영하면 유휴지가 복지 공간이 되고, 운동이 의료 의존을 줄이고, 공원이 세대를 잇는 생활 터전이 된다. 파크골프 열풍이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건강하고 품격 있는 삶을 만드는 공간복지의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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