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지는 공간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예술 플랫폼으로”
- 구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의 문화예술 플랫폼 탄생을 위하여 -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은 광주의 문화적 상징이자, 세계 현대미술의 실험장으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국내외 수많은 작가들이 이 공간에서 창의력을 펼치며 세계와 소통했고, 그 결과 광주는 예술과 문화의 풍요를 경험하였다. 그러나 새 비엔날레 신축관이 들어서면 구 전시장은 ‘역할을 다한 공간’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방치 위기에 놓였다. 이에 우리는 이 소중한 공간을 단순히 빈 건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총체적 예술 단체의 융합 창작 플랫폼’으로 다시 탄생시키는 창조적인 전환이 절실하다.
묻고 싶다.
이 상징적인 공간을 정말 ‘비워두는 것’이 최선인가?
도시에는 해마다 오래된 시설들이 방치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어떤 공간이 버려지는가’가 아니라 ‘그 공간에 무엇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는가’이다. 구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 새로운 예술의 생명을 불어넣는다면, 이곳은 단순한 폐허가 아닌 지역 예술의 거점이자 문화 산업의 허브가 될 것이다. 공간 재활용은 궁극적으로 도시 예술 생태계 확대, 청년 예술인 지원 강화, 문화산업 창업 생태계 조성, 시민의 문화 향유 확대 등을 가능하게 한다. 나아가 문화의 전환기와 맞물린 도시재생의 상징으로 성장할 잠재력도 지녔다.
구 전시장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이미 수십 년간 쌓인 예술적 기억과 실험의 역사가 깃든 광주의 문화유산이자, 지역 예술의 산실이다. 그 말은 곧, 이 공간을 되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새로운 예술의 시작점’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이후 예술계는 장르 간 경계가 무너지는 융합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미술과 무대 예술의 만남, 전통 국악과 영상 예술의 어우러짐, 그리고 퍼포먼스, 디지털 아트, 연극, 무용이 분리되지 않는 새로운 흐름이다. 이러한 시대 변화야말로 구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재생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우리는 이 공간을 예술의 경계를 넘어선 ‘총체적 예술 단체의 공동창작 플랫폼’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예술인들이 이곳에서 함께 거주하며 실험하고 협업하는 동시에, 시민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비엔날레가 세계와 소통하는 창이었다면, 이제 이 공간은 ‘지역 예술인의 집’이 되어야 한다.
광주는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예술인이 거주하는 도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시실, 창작실, 소극장, 실험무대, 디지털 작업실, 시민 체험 교실 등에 대한 수요는 늘 넘쳐난다. 구 전시장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공유형 인프라를 갖춘 복합 예술공간으로 개발한다면, 단순한 창작 공간을 넘어 예술을 매개로 도시를 회복하고 재생하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 공간의 성공적 전환을 위해서는 ‘문화수도’ 전남광주특별시의 정책적 결단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문화재단, 예술인 단체, 시민사회 간 긴밀한 협력과 소통도 필요하다. 또한 장기적인 비전과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 수립이 뒤따라야 한다. 예술이 공간을 살리고, 공간이 도시를 바꾸는 대표적 사례로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문화시설 하나를 보존하는 것을 넘어, 이것은 도시가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창작자와 시민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다.
예술은 다시 바로 이곳에서 시작될 수 있다.
광주가 예술 도시로 다시 도약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공간은 그저 비워두면 낡고 허물어진다. 하지만 사람이 모이고 예술과 삶이 깃들면 공간은 다시 살아난다. 광주는 이미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그 힘을 경험했다. 이제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구 전시장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할 때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구 전시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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