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칼럼] 노비의 덕목을 가르치는 교육, 이제는 바꿔야 한다

@김정희 변호사 입력 2026.05.20. 14:07
김정희(변호사)

필자는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 세 아이를 키우는 다둥이 아빠다. 아이들을 키우며 입시 위주의 교육이 이제는 정말 바뀌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래전 대전동물원을 탈출했던 늑대 ‘늑구’를 기억하는가. 야산을 헤매던 늑구가 결국 포획되어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갔을 때, 사람들은 안도했다. 동물원이 늑구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 믿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동물원을 탈출했던 늑구도 과연 그렇게 생각했을까.

늑구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겹쳐진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입시’라는 촘촘한 울타리 안에 가두어 놓고 스스로 안도한다. 학교와 학원에 붙들려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오직 ‘정답’을 맞히기 위해 찬란한 10대을 소진한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보다, 남이 출제한 문제의 정답을 맞추는 연습을 하는 것이 교육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지금의 입시교육의 목표가, ‘AI 시대의 노예의 덕목’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주어진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 즉 AI가 인간보다 수백만 배는 더 잘하는 것이다. 이미 AI는 미국의 의사 시험과 변호사 시험을 상위권으로 합격할 만큼 진화했다. 컴퓨터공학 박사 수준의 코딩 실력까지 자랑한다. 우리가 수십 년간 공들여 정의해 온 ‘유능한 인재상’을 이미 AI가 완성해 버린 것이다. 이제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이것은 개화기의 데자뷔다. 과학기술을 앞세운 서양의 증기선이 앞바다에 들어오던 그 시절, 한양의 사랑방에서는 여전히 과거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었다. 그 동안 하던대로 열심히 달렸지만 방향이 시대의 흐름과 어긋나 있었을 뿐이다. 지금의 우리 교육이 꼭 그 모양새다.

AI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은 다르다. AI는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고, ‘질문’은 인간의 몫이다. 스스로 호기심과 궁금증을 품는 인간, 자발적인 질문을 가진 사람이 앞으로의 시대를 주도할 것이다. 지적인 연산 능력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왜?’를 먼저 묻는 ‘이성’의 힘이 주목받는 시대가 온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며, 옳지 않은 것 앞에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AI와 공존할 수 있는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학교라는 이름으로 12년 동안 아이들의 호기심과 질문하는 힘을 지워버리고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버리도록 강요했던 것은 아닐까.

마침 광주·전남 통합시교육감 선거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후보들의 공약을 들여다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쏟아지는 지원과 복지 대책의 대부분은 따지고 보면 학부모나 성인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춘 것들이다. 입시 중심의 낡은 교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지금 이 지역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감은, 학부모의 눈치를 보며 금전 지원을 약속하는 사람이 아니다. 질문하는 아이를 칭찬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교실에서 아이들 스스로 ‘나는 왜 사는가’를 물을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용기 있는 지도자다. 입시지옥에 있는 아이들 걱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가 교육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투표권이 어른들에게만 있다 보니 어른들을 위한 공약만 난무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앞으로 교육감 선거만큼은 아이들에게도 표를 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말이다.

늑구는 결국 동물원이라는 울타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만큼은 학교와 학원의 울타리를 넘어, 스스로 ‘왜’를 묻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당당한 주체로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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