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새벽 4시, 병동 환자의 위기
새벽 4시, 고요를 가르는 호출벨 소리는 언제나 가슴을 조여온다.
간암과 간경화로 병동에 입원 중이던 환자분이 식도 정맥류 파열로 급성 출혈을 일으켰다는 연락이었다. 이틀 전 밤, 한차례 응급 내시경적 정맥류 결찰술(EVL)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던 분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부위가 터져버린 것이다.
중환자실에 도착한 순간, 환자분의 상태는 참담했다. 쏟아지는 출혈로 혈압은 거의 잡히지 않았고, 의식은 이미 저 멀리 가 있었다. 모니터는 쉼 없이 경고음을 울려댔다.
1분 1초가 생사의 갈림길이었다. 나는 조용히 마음을 다잡고 내시경실로 향했다.
2. 보호자의 믿음이 준 소중한 시간
많은 분들이 중증 응급 상황에서는 곧장 대학병원을 생각하신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번에 환자분이 극적으로 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병동에 이미 입원해 계시던 덕분에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즉시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에 달려오신 보호자분은 우리 의료진의 판단을 믿고 신속히 시술에 동의해 주셨다. 만약 “대학병원으로 전원 가겠다”고 하셨다면, 노동절 연휴로 포화 상태였을 3차 병원의 응급실 이동 과정에서 골든타임은 허망하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컸다.
보호자분의 믿음이 환자분의 숨을 이어준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믿음이 무겁고 감사했다.
3. 광주 2차 병원의 숙련된 시스템
이번 시술의 성공 뒤에는 2차 병원의 탄탄한 시스템과 숙련된 팀이 있었다.
의사가 도착하기 전, 간호사들은 환자분을 중환자실로 신속히 옮기고 산소 공급, 수액 공급, 응급 처치를 빈틈없이 끝내 놓았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내시경 장비를 세팅하고 보조하는 손길에서 오랜 경험과 내공이 느껴졌다.
광주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집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2차 병원이 많다. 광주의 중심 2차 병원들은 서울의 작은 대학병원에 견줄 만큼 숙련된 전문의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심장 스텐트 시술, 응급 내시경, 내시경적 담석 제거술(ERCP) 등 중증 응급 처치가 가능한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 매일같이 이런 환자들을 직접 진료하고 치료하며, ‘지금 이 순간,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신속하고 정확한 초기 대응’에 특화되어 있다.
화려한 규모나 최상위 난이도 수술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생명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4. 조용한 감사와 경외
내시경실에서 시술을 마치고 출혈 부위가 안정되며 혈압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희미했던 생명의 불꽃이 다시 일렁이는 것을 보며, 기쁨보다 먼저 두려움과 감사함이 밀려왔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의료의 본질은 결국 지금, 여기서 한 사람의 숨을 이어가는 것이다.
3차 병원의 고도화된 치료가 소중하듯, 2차 병원의 신속한 최전선 대응도 그만큼 소중하다. 우리는 서로를 보완하는 존재일 뿐이다.
퇴근길 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몸은 무거웠지만, 가슴 한편에는 깊은 경외와 감사함이 남았다.
오늘도 전국의 2차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사선을 지키는 모든 동료들에게 마음 깊이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오늘 새벽, 우리를 믿고 맡겨준 환자분과 보호자분께 조용히 감사드린다.
“우리는 생명의 경계에 잠시 서 있을 뿐이다.
그 경계에서 한 사람의 삶이 이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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