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광주군공항 특별법 시행령에 '독소조항'···"아파트만 지으란 말인가"

입력 2023.05.22. 17:13 이삼섭 기자
제정안 마련 뒤 내달 27일까지 입법예고
'종전부지 가치 최대한 향상' 규정 논란
강기정 시장 "지자체에 과도한 부담줘"
정부가 '광주 군공항 이전 및 종전부지 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에 관한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진은 최근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서 전투기기 훈련을 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광주군공항 이전 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정부가 재정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정부가 시행령에 군공항 종전부지의 가치를 최대화하도록 규정하려고 시도하면서 사실상 종전부지를 '아파트 도시'로 만들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22일 광주시에 따르면 국방부는 '광주 군공항 이전 및 종전부지 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지난 18일 입법예고했다. 국방부는 내달 27일까지 이에 대해 찬성과 반대 등 의견을 접수한다.

논란이 되는 것은 '사업비 초과 발생의 방지'를 규정한 3조의 2항. 해당 조항은 종전부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종전부지가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그 부지의 가치가 최대한 향상되도록 해야 하며, 초과사업비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그 예방을 위해 종전부지 개발계획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쉽게 말해 군공항을 보내고 난 부지를 매각해 이익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토지 용도로 사용하라는 의미다. 현재로서 부지 가격을 가장 높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은 공동주택(아파트) 용적률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준주거지역 내지 상업지역으로 종상향하는 것이다. 현재 군공항 부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특별법은 종전부지를 매각·개발해 이전 비용을 마련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부족분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해당 규정이 그대로 시행령에 반영될 경우, 광주시는 극단적으로 이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토지 대부분에 아파트가 들어서도록 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로서는 되도록 군공항 이전에 필요한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광주시는 종전부지 상당수를 공원 등 공공성을 갖추면서도 도시경쟁력을 위한 핵심 도시시설로 채울 계획이다. 해당 규정이 광주시로서는 이른바 '독소조항'인 셈이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3조 2항 삭제를 요청할 예정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규정을 두고 "지자체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특별법에 기부 대 양여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추가로 군공항 종전부지 가치를 높여선 안된다"고 말했다.

또 강 시장은 초과사업비 지원 비율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시행령 제정안은 초과사업비가 발생할 경우 사업 시행자에게 지원할 수 있는 지원 비율 등은 국방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이 협의해 진행하도록 돼 있다. 강 시장은 "총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재정지원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쌍둥이 법'으로 불리며 함께 국회를 통과한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 시행령(안)이 입법 예고되면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 시행령과 충돌되는 부분이 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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