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18 사적지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책임 있는 대응에 나선다. 정부가 국립5·18 묘역 인근의 5·18 구묘역과 옛 광주적십자병원의 보존·활용 사업에 최초로 국비를 지원키로하며, 국가 책임의 첫발을 내디뎠다. 전두환 일당의 반헌법적 내란으로 국민생명이 침탈당한 지 45년 만이고, 광주 사회가 이들 트라우마 공간을 사적지로 지정한 지 28년 만이다.
5·18은 국가권력이 국민 생명과 존엄을 조직적으로 유린한 사건이다. 그들이 국민을 총칼로, 탱크로 침탈한 참상의 현장들은 그 자체가 역사적 사료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국민을 학살한 것도 부족해, 그 후속 조치마져 피해자에게 전가해왔다. 이들 사적지 보존과 관리 등을 소위 '지방(광주)'의 일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광주시민들에게 떠넘겨왔다. 그간 몇 번의 민주정부를 거쳤지만 달라진건 없었다. 트라우마 관리의 책임자여야 할 가해자인 정부의 2차 가해인 셈이다.
피해를 회복하기도 버거운데, 가난한 피해자들에게 사적지 유지관리 비용까지 떠넘기는 행태는 무도하기 짝이 없는 반민주적 사건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옛 국군광주병원 터와 505보안부대 등 시민들의 한이 서린, 국가폭력 현장들이 우범지대로 전락하는 등 쇠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5·18 구묘역을 전액 국비로 정비하고 적십자병원에도 일부를 지원한다는 천만다행한 일이다. 구묘역은 5·18 진상규명 투쟁의 발원지로, 1980년 당시 희생자들이 이름도 없이 묻혀야 했던 한 맺힌 공간이다. 언감생심, 전두환이 없애버리려 유족들을 매수했던, 유족들이 피눈물로 지켜낸 곳이다. 무엇보다 이한열 열사 등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의 한 가운데 계셨던 민족민주열사들을 모신 공간이다. 또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반란군의 집단 발포로 부상자들이 엄청나게 늘어나자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헌혈에 나섰던, 연대와 사랑과 희망의 상징 공간이다.
5·18 사적지는 어느 곳이랄 것이 없이 시민들의 생사가 품었던, 현재진행형의 공간들이다. 이제껏 피해 당사자들이 애면글면 유지해왔다. 뒤늦은 정부의 행동에 저간의 시간들이 북받쳐 오른다,
이재명 정부의 작은 발걸음에 박수를 보낸다. 그 걸음, 흔들려선 안된다. 국가 책무가 정치적 여건 따위에 휘둘려선 안 될 일이다. 5·18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정질서가 파괴된 국가적 참사다. 그 참상의 물적 증거를 보존하는 일은 추모를 넘어 헌법의 기억을 지키는 일이다. 가해자인 국가가 책임의 주체여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국가폭력 피해 공간, 기억의 공간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길 당부한다. 국가의 최소한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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