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월도 다 지나갔다. 올해는 그나마 하루가 더 있다. 4년마다 오는 윤일이 있어서다.
윤년이나 윤달, 윤일에 쓰이는 한자 '윤달 윤(閏)'은 왕이 문 안에 있는 모양이다. 고대 왕은 윤달에 외출하지 않는 것이 예의였다고 해 만들어진 한자라고 한다. 또 정식 달이 될 수 없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간에서 서성거린다는 뜻도 있다.
윤년과 윤달, 윤일은 모두 같은 한자를 쓰지만 원리나 개념은 다르다.
1년은 365일 아니다. 정확히는 365.2422일다.
2월을 제외하고 한 달에 30일과 31일을 적용해 1년이 총 365일이 되도록 맞추는데, 매년 남는 0.2422일을 4년간 모았다가 2월에 하루를 더한다. 2월에 하루가 더해져 29일이 있는 해가 윤년이다. 그래서 윤년에는 1년이 366일이 되고, 그해 2월 29일은 윤일이 된다. 올해가 그렇다.
윤년과 윤일은 양력의 개념인 셈이다. 반면 윤달은 음력에서 나온다.
현재 사용하는 그레고리 달력에서 1년은 지구와 태양에 대한 이야기라 양력이라 부른다. 음력은 지구와 달에 관한 것으로 음력에서 한 달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을 말한다.
윤달은 태음력(354일)이 태양력보다 11일이나 짧아 한 달을 끼워 넣은 것이다.
양력 3년과 맞추려면 33일 정도를 더 넣어야 한다. 그래서 음력에서는 3년에 한 번 정도로 윤달을 넣는다. 윤달이 있는 해는 음력으로 13개월이 있는 셈이다.
태양력이나 태음력 모두 오랜 시간 하늘을 올려다보며 만들어낸 지혜다. 촘촘하게 짜여진 규칙들 사이에도 틈은 또 생겨나 다양한 방식으로 그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윤년에 열리는 가장 큰 행사로는 세계인들의 축제 올림픽이 있다. 또 미국의 대통령 선거도 윤년에 열린다. 방학이 하루 더 늘어난 아이들에게도 반가운 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4년 마다 돌아오는 윤일에는 출산이나 결혼을 피하려는 이들이 많다. 반면 덤으로 생겨난 윤달은 액운이 피해가는 달이라 여겨 그 때를 기다려 수의(壽衣)를 만들거나 묘를 이장하는 것이 풍습이 됐다.
쳇바퀴 돌듯 흘러가는 세상에 덤으로 주어진 시간, 잠시 주위를 살피고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윤주 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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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광주, '디지털 노마드 도시'로 안 갈 이유 없다 생성현 인공지능 대화 서비스 ChatGPT가 상상한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가 된 광주의 모습. /OpenAI '디지털 노마드'는 통신 기술을 매개로 특정 지역에 정착하지 않고 머물고 싶은 도시를 이동하면서 일과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을 말한다. 초연결망 시대를 맞아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노마드는 더이상 특별하지도, 낯설지도 않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생산성 혁명은 디지털 노마드를 한층 더 보편적 현상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그러면서 전세계 각 도시는 '디지털 노마드' 친화적 도시를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디지털 노마드들이 숙박과 음식, 생활 등에서 많은 소비하는 건 기본이다. 더 중요한 건 국내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젊은이들의 다양한 DNA가 도시를 더 역동적으로 만든다. 또 디지털 노마드가 모이는 도시는 자연스럽게 전세계에 입소문(바이럴 마케팅) 되고 더 많은 여행자가 찾는 도시가 된다.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로 불리는 태국 치앙마이가 대표적이다. 태국의 제 2도시라고는 하지만 광역인구가 겨우 100만명에 불과한 치앙마이는 전세계의 젊은이들을 끌어모은다. 내륙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자원과 수려한 자연 환경과 저렴한 물가, 안정적 인터넷 환경 등이 이유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노마드뿐만 아니라, '한 달 살기' 등 장기간 머물며 태국 전역을 여행하는 근거지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치앙마이를 방문한 한국인은 28만명에 달한다.이 같은 맥락에서 광주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디지털 노마드 도시'로 선포하는 건 어떨까. 광주는 디지털 노마드 친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민주주의 역사를 경험한 한국에서도 그 중심에 있는 도시다. '자유'를 중요시하는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광주라는 도시가 단순히 '일하는 도시'가 아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인식될 수 있는 요소다.광주 동구를 중심으로 한 민주화운동 사적지와 양림동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 문화유산 등 풍부한 역사 자원을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하는 '맛의 도시'라는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다.무엇보다 호남 제1의 도시로서 선진화된 생활 인프라를 갖춘 반면 전국 대도시 중 가장 저렴한 숙박비가 최대 강점이다. 이에 더해 광주는 AI 중심도시로 거듭나는 중이다. 서울이나 부산이 대기업 중심의 IT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광주는 스타트업과 프리랜서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AI 기반 도시로의 잠재력이 충분하다.디지털 노마드를 끌어모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소비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광주에서 체류하며 만들어낼 상상할 수도 없는 문화적 다양성과 역동성은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이들이 광주에 머무르며 전세계에 광주에 대해 알린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도시 브랜딩보다도 효과적일 테다.어차피 지금 광주의 조건으로는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힘들다. 이대로는 서울과 부산, 제주 정도를 제외하고 국제적인 관광 경쟁력 확보는 쉽지 않다.광주는 이들 도시와 아예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해 차별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광주가 현실적으로 민주화운동의 도시라는 데서 나아가 '매력 있는 도시',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일 테다.그간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돈을 써왔지만, 누가 과연 거기에 수긍할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나 있다고 아시아 문화의 허브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진정한 아시아문화중심 도시가 되려면 아시아와 전세계의 DNA가 모여야 한다.광주가 그간 쌓아온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 인프라는 디지털 크리에이터, 예술가형 노마드들이 머물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AI 기술과 문화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노마드 도시 모델을 광주가 선도할 수 있다. 넘쳐나는 빈집과 오피스 공간을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공간, 예컨대 코워킹 스페이스나 숙박시설로 내어줄 수도 있다. 광주의 무수한 기업들과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재밌는 작업들을 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광주는 동아시아의 디지털 노마드 허브가 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광주가 디지털 노마드 도시로 도약할 기회다. 어차피 막기도 힘든 청년 유출을 걱정하기보다, 국내와 전세계의 젊은이들을 끌어모으는 게 더 역동적 도시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되레 국내 청년들이 모여들 가능성이 높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때다.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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