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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味스토리] 여름 이 맛 ⑥구례 참게메기잡탕

입력 2021.08.10. 17:52 천기철 기자
섬진강, 구례 용궁가든 우거지 참게메기잡탕
참게메기잡탕

섬진강, 구례 용궁가든 우거지 참게메기잡탕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은 닭과 보양식 생선을 찾지만 그래도 음식 마니아들은 얼큰한 민물매운탕을 찾는다. 보통 민물매운탕이라 하면 비린내가 많이 나고 해금내(해감내라고 하며, 물속에서 흙이나 각종 유기 물질이 썩어서 생기는 찌꺼기에서 나는 냄새)가 나는 음식이라하여 찾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물매운탕 맛집으로 유명한 구례 토지면 송정리 용궁가든과 강진 성전면 월남리의 우아민물나라 매운탕 맛을 보면 그런 속설은 '저리 가라'다. 직접 찾아간 이 식당들의 민물매운탕은 담백하고 구수한 맛에 있어서는 바다 생선 매운탕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민물고기를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식당들은 주로 강이나 하천, 호수, 저수지 인근에 많다. 이 부근에 식당이 자리잡은 이유는 민물고기가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고, 그 곳에서 민물고기를 직접 잡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민물고기를 양식하는 곳이 많이 생겨, 도시권에서도 민물고기를 취급하는 식당들이 많다.

섬진강변에서 잡은 쏘가리

남도에서는 민물매운탕을 조리하는 식당이 장성댐, 영산강변, 섬진강변의 곡성 압록, 순천 황전면 구례구역, 구례 토지면 섬진강변, 화순 동복호 아래 사평면쪽에 많이 자리잡고 있다. 민물매운탕 요리 재료로는 메기, 참게, 은어, 쏘가리탕, 가물치, 향어 등이 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메기와 참게를 많이 찾는다. 그러나 민물고기 중에서 최고의 맛은 쏘가리회와 쏘가리매운탕이라고 한다.

먼저 메기는 메기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언어, 점어(鮎魚)라고도 부른다. 메기의 주요 성분은 단백질 15%, 지방 5.3%, 비타민 A, 티아민 등이다. 메기는 식품으로서뿐만 아니라 약용으로도 쓰인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그 약효에 대하여 부종(浮腫)에 물(水)을 내리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고 했다. 메기는 '송남잡지'(松南雜識)에서는 "옛날에는 없었는데 고려가 멸망할 때에 영남에서 처음으로 났으므로 이를 멸려치라 한다"고 했다. 조선시대 말기에 편찬된 읍지들의 토산조(특산물)에는 메기가 점어(鮎魚) 또는 언어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다. 화순군의 민물고기는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특산물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메기탕 등의 민물고기 요리가 남도에서도 발달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한말의 한 조사(낚시꾼)에 의하면, 당시 메기는 낙동강·영산강·금강·한강·임진강 및 대동강의 상류에 특히 많았다고 하며, 이를 낚시로 잡기도 하고 낮에 하천이나 개골창에 숨어 있는 것을 손으로 잡기도 하였다고 한다. 근래에는 하천의 오염으로 생태계가 변화되면서 참게, 메기 등의 민물고기의 어획량이 많이 감소하고 있다. 참게는 옛날에는 시골의 논과 냇가에서 자주 보였던 것이, 요즘의 참게는 민물에서만 살지 않고 바다를 오간다. 늦가을부터 겨울에 바다와 기수부(바다와 민물이 섞이는 지역, 풍천)에서 산란을 한다. 알에서 부화한 참게의 어린 새끼들은 봄에 하천을 따라 자신들의 부모가 살았던 곳으로 회귀(回歸)한 다. 이 어린 참게는 가을까지 민물에서 성장을 하여 제 부모들이 그랬듯이 가을에 산란을 하러 바다로 향한다. 바다로 가지 못한 참게들은 민물에서 굴을 파고 월동을 한다. 바다에서 산란을 한 참게는 죽는다. 참게가 산란하러 바다로 향할 때 가장 맛있고, 어부는 이 때를 맞추어 잡는다.

섬진강에서 잡은 메기

섬진강에서 사는 참게는 임진강의 참게와 같은 속이지만 종이 다르고, 겉모양도 다르다. 섬진강과 낙동강 수계를 비롯해 남녘 지방에서 자라는 참게는 동남참게가 제 이름이다. 동남참게는 봄에 알을 밴다. 어부는 이 때를 맞추어 잡는다. 섬진강 참게는 그때가 가장 맛이 있다고 한다.

참게는 '자산어보'에서 천해(川蟹)를 속명으로 참궤라 하고 "큰 것은 사방 3∼4치이고, 몸빛은 푸른검은색이다. 수컷은 다리에 털이 있다. 맛은 가장 좋다. 이 섬의 계곡 물에 간혹 참게가 있으며, 내 고향의 맑은 물가에 이 참게가 있다. 봄이 되면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 논두렁에 새끼를 낳고 가을이 되면 하천을 내려간다. 어부들은 얕은 여울에 가서 돌을 모아 담을 만들고 새끼로 집을 지어 그 안에 넣어두면 참게가 그 속에 들어와서 은신한다. 매일 밤 횃불을 켜고 손으로 참게를 잡는다"고 하였다.

필자도 바다와 연결되는 계곡에서 저녁에 헤드랜턴을 켜고 참게를 잡으로 다녔다. 보름 말 참게를 잡으면 환한 밤에 운동을 많이 다녀 참게살이 빠져있고, 깜깜한 날 잡은 게는 살이 통통하였다. 그러나 참게는 폐디스토마의 중간숙주이므로 1924년에는 참게를 잡거나 주고받는 것을 금하는 영이 내린 적이 있었다. 요즈음에는 농약 사용 때문에 논두렁이나 계곡에서 참게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으며, 참게를 양식하는 곳이 많이 생겼다. 참게는 참게탕, 참게가리장국, 참게장으로 요리되며 독특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섬진강에서 잡은 은어

전남 구례읍에서 약 15분여쯤 피아골쪽으로 승용차로 내려가면 섬진강변에 용궁가든이 나타난다. 지리산 왕시루봉의 남쪽 안한수내골에서 발원하는 지류가 섬진강에 한수교 삼거리에서 합수된다. 한수교 삼거리에 위치한 용궁가든 앞 섬진강은 메기와 쏘가리와 민물고기가 서식하기에는 천혜의 서식지이어서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용궁가든옆 석주관성(石柱關城)은 섬진강을 사이에 둔 요새지에 해당되며 경상남도 하동으로 통하는 길목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시설이다. 1597년(선조 30) 정유재란 때에는 왕득인(王得仁)이 의병을 거느리고 지키다가 이곳에서 장렬히 순절하였던 곳이다.

용궁가든이 자리한 섬진강변은 섬진강의 아름다운 노을과 지리산의 계곡중 유명한 피아골과는 지척이어서 여름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섬진강에서 잡은 참게

용궁가든은 고병기·류복숙(62)씨 부부가 운영한다. 20년 전 친정이었던 섬진강변 송정리에서 친정엄마가 운영하였던 용궁가든을 이어받아 20년째 운영하고 있다. '용궁가든'은 KBS 한국인의 밥상 여름철 진상밥상 섬진강편에서 은어밥, 은어국수, 은어구이까지 은어밥상을 선보이기도 하였고, 각종 TV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섬진강 은어는 수박향이 나며, '철이 늦더라도 나오는 대로 진상하라'라는 내용의 문헌이 남아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은어는 맛좋은 민물고기로 잘 알려져 있다. 용궁가든은 고병기씨가 직접 섬진강변에서 잡은 메기와 참게, 잡어를 잡아 요리한다.

메기는 비늘이 없고 몸이 매끄러운 반면 끈끈한 물질로 덮여있어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조리해야 하고, 참게는 물에 해감을 시켜야만 해금내가 나지 않는다. 참게메기잡탕은 집된장을 물에 풀고 손질한 메기와 참게 잡어, 민물새우와 우거지를 넣어 푹 삶은다. 우거지는 송정리 안수내골밭에서 자라서 가을에 말린 배추잎이다. 탕에 마른 고추, 다진 마늘, 다진 양파, 다진 생강 등을 섞어 만든 양념과 팽이버섯, 미나리,청고추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한소끔 끓여내여 손님상에 나온다. 마지막으로 매운탕에 투하된 수제비는 감칠맛이 난다.

손님 김기식(56)씨는 "이곳의 참게메기잡탕은 담백하고 시원하고, 고소한 맛에 있어서는 최고의 맛이다. 메기와 참게, 잡어를 함께 넣고 끓이는 참게메기잡탕은 참게의 고소함과 메기의 구수한 맛과 잡어의 독특한 맛이 어우러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천기철 기자 tkt777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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