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6일까지 광주미술관서
뉴욕 이주 후 창작한 작품부터
올해 광주서 작업한 신작까지
"상처 영원히 사라지지 않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날 것"


“한국을 떠난 지 24년 만에 고향에서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의 전시 제안은 있었지만 오늘을 위해서였나 봅니다. 그것도 허백련미술상을 받아 고향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다는 점에서 정말 귀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잘하고 싶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지난 1일 만난 장진원 작가는 지난달 26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29회 허백련미술상 수상작가전 ‘글로리(Glory)’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장 작가의 허백련미술상 수상은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이뤄졌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뉴욕에서 어려운 시간을 버텨내며 자신만의 세계를 한국화를 바탕으로 확립,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온 그이다.
이번 전시는 그가 뉴욕으로 이주한 이후 치열하게 고민해 온 그의 작품 세계를 펼쳐놓는다. 전시는 크게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뉴욕 생활 초기부터 2020년까지의 작품은 고립된 생활 속 그의 처절한 세계 탐구가 담겨 있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사고를 거치며 내면에 깊게 남겨진 외상을 바탕으로 한 뉴욕 초기작부터, 한국화가로서 자신의 정신성의 바탕을 불교와 도교에 두었던 작가가 기독교로 개종하며 작업에 깊은 고민 후 시작하게 된 작업 등이 여기 포함된다. 또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시가 봉쇄되자 작업실에 갇혀 있던 시기 작업한 ‘사이’ 또한 여기 속한다.

특히 개종 후 시작한 작업은 그의 큰 전환점 중 하나이다.
“그동안 한국화를 하며 불교 철학적인 삶을 살았고, 또 작업관을 가졌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많이 고민했던 시기인데 이 고민을 바탕으로 제 작업이 영원성에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두번째 섹션은 그가 미시간 호수 인근의 투센 탁 재단 레지던스에서 작업하던 때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팬데믹으로 지쳐있던 때에 찾아온 기회였다. 작은 스튜디오에 갇혀 작업하던 그에게 탁 트인 자연은 새로운 활기와 영감을 선사했다. 이 때의 작업에 많이 쓰인 블루 터쿼이즈(Blue Turquoise) 색상은 오대호 중 하나인 미시간 호의 인상을 녹여낸 색상이다. 작가는 이 시기를 ‘카이로스(Kairos)’라 느꼈고 이 때의 작업에 ‘카이로스’라는 작업명을 붙였다. 그리스어로 ‘결정적 순간’ ‘의미 있는 때’를 뜻하는 말로 자연 속에서 신의 임재(臨在)를 체감하고 새로운 영감을 만난 시간이다.

이어지는 세 번째 섹션은 2022년부터 현재 작업 중인 ‘글로리(Glory)’ 연작이다. 현실 세계와 영적 세계를 잇는 문이자 평안을 상징하는 빛이다. 이 중 가로, 세로 5.8m, 5.9m에 달하는 대작은 그에게는 도전이었다.
“10개월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에요. 저에겐 도전이었고, ‘한지가 버틸 수 있을까’ 걱정도 됐던 작업이에요.큰 작업을 통해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 이 세상으로 초대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배경에 원을 그리고 수없는 줄을 그었는데 이것만해서 4개월이 걸렸죠. 그 후엔 이 원들을 다 색으로 덮었어요. 그 위엔 금색으로 영광의 모습을 담았죠. 깊은 상처를 뿌리로 박아두고 싶었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상처는 없어지진 않지만 이것을 뿌리로 영광스러운 순간이 나올 수 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또 이 섹션에는 허백련미술상을 받은 후 선교동에 작업실을 마련, 고향에서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며 작업한 신작들도 있다. 이전보다 먹의 사용이 눈에 띄는 작업들이다.

그의 이같은 오랜 작업 여정 중 한지는 변함 없이 그의 작업을 지탱하고 있다. 캔버스 사용을 시도해봤지만 한지가 주는 느낌을 낼 수 없었다고.
어쩌면 한지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가장 닮은 재료인지도 모르겠다.
“한지는 엄청 얇아서 작업하다가 찢어지기도 해요. 그럼 몇 번을 기우면서 작업을 하곤 하죠. 작업 초기에는 제 마음처럼 안되고 찢어지면 화도 나고 했는데 지금은 ‘그래 종이가 그렇지 뭐’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얇고 연약한 종이가 천 년을 간다니 놀랍지 않나요.”
한편 장진원은 조선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중앙대 대학원과 뉴욕주립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미국으로 이주한 장 작가는 뉴욕을 기반으로 국제적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는 내달 16일까지 광주미술관 5, 6전시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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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피해 ACC로···평일에도 이어진 ‘문화피서’
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6관에서 진행 중인 ‘자밀 프라이즈:무빙 이미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
“방학이라 아이들이랑 어디라도 가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덥잖아요. ACC는 시원하고 볼거리도 많아서 오늘은 여기로 피서 왔어요.”폭염이 이어진 14일 오후 찾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전당 곳곳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이른바 ‘문화피서’ 행렬이었다. 전당 A·B 주차장은 만차 안내가 표시될 정도로 차량이 몰렸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책을 읽거나 전시를 둘러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아이 손을 잡은 부모들은 어린이문화원으로 향했고, 전시장 안내도를 들여다보던 관람객들은 복합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비 한쪽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시민들도 보였다. 바깥의 뜨거운 햇볕과는 달리 시원한 실내에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문화정보원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펼쳐 공부하는 학생들과 자료를 찾는 이용객들이 자리를 잡았고, 라운지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책을 읽고, 다른 곳에서는 잠시 대화를 나누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었다.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상품점 ‘들락’에서 굿즈를 살펴보고 있다.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분위기는 더욱 분주했다.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교류특별전 ‘자밀 프라이즈: 무빙 이미지’에는 영상과 설치, 사운드, VR 등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는 시민들이 이어졌다. 이슬람 문화와 역사, 사회에서 영감을 받은 동시대 예술을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멈춰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거나 전시장 곳곳을 천천히 이동하며 작품을 살폈다.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스모·아시아·피플’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위기의 지구와 인간, 아시아의 상상력을 바라보는 전시다.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무는 관람객들의 모습에서는 더위를 피하는 것과 함께 전시를 통해 새로운 생각거리를 찾는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복합전시 2관의 ‘아시아의 장치들’에서는 영상과 비디오아트를 통해 아시아의 역사와 기억, 공동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시선을 고정한 관람객부터 전시장 구조물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관람객까지 다양한 모습이 잇따랐다.어린이문화원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특히 붐볐다.14일 오후 어린이 관객들이 ACC 어린이문화원 다목적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나도 국가대표’에 참여해 펜싱 체험을 하고 있다.17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 나도 국가대표!’가 열리는 다목적홀에서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특히 분주했다. 리듬체조와 펜싱, 스내그골프, 플로어컬링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를 직접 체험하며 아이들은 연신 몸을 움직였다.펜싱 체험에 나선 한 어린이는 “엄마, 나 펜싱에 재능 있는 것 같아”라며 보호자를 향해 손짓하며 웃는 모습도 보였다. 보호자들은 아이가 스포츠 체험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사진을 촬영했다. 폭염 때문에 밖에서 뛰어놀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실내 체험공간이 또 하나의 놀이터가 된 모습이었다.14일 오후 어린이 관객들이 ACC 어린이문화원 어린이체험관에서 진행 중인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를 관람하고 있다.어린이체험관의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바다와 갯벌, 습지와 호수, 숲과 사막 등 아시아의 자연환경을 주제로 한 공간을 따라 아이들이 직접 움직이고 체험하며 자연과 생태의 의미를 배웠다.이날 딸과 함께 ACC를 찾은 시민 정하영(38·여)씨는 “요즘은 너무 더워서 아이와 야외에서 오래 놀기가 쉽지 않은데, ACC는 시원한 공간에서 전시도 보고 체험도 할 수 있어 좋다”며 “방학 동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글·사진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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