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오월'···문화와 예술로 꽃피는 그날의 함성

입력 2026.05.12. 14:29 김혜진 기자
G.MAP 미디어아트 특별전 열고
동시대 미술의 사회적 역할 조명
시립미술관 민중미술 1세대 대가
강요배 초대해 민주인권평화전
5·18기록관, 사진·영상 중심 전
은암·포도나무·예술공간집 등
지역 예술공간도 오월 기념 전시
민미협·민예총, 오월미술제·만장전
은암미술관 기획전 ‘들불야학’ 중 정영창 작 ‘광천시민아파트’.

광주는 1980년 5월의 기억을 토대로 예술적 성찰이 이뤄지는 곳이다. 지역 예술에 있어 광주의 5월은 이들의 정체성이며, 지역 예술은 80년 5월과 현재를 잇는 통로이다.

올해도 공공 문화 기관은 물론 각각의 공간, 단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5월을 조명하고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현재는 80년 광주에 빚진 시간임을, 당시의 가치는 현재에도 미래까지도 유효함을 이야기한다.

특히 올해는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는 국민적 합의가 모아진 상황 속 개헌안 통과 절차만 남은 때라 이같은 지역 예술계의 메시지가 어느때보다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시립미술관 민주인권평화전 중 강요배 작 ‘소서(小暑)’.

◆오월 정신 계속 이어지도록

광주시 산하의 시립 문화예술기관들은 광주정신, 오월정신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해 선보이고 있다. 시대를 끊임 없이 증언해 온 대가의 전시부터 특별한 방식으로 오월을 바라보는 전시까지 다양하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하 G.MAP)은 미디어아트 특별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지난 7일부터 오는 7월 15일까지 갖는다.

이번 전시는 5·18정신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자리이다. 전시에는 지역 작가인 강수지·이하영, 권승찬과 한국 미디어아트 1세대 작가 이용백,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문경원, 경계를 넘나들며 독보적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장민승을 포함해 ‘남아공의 피카소’로 불리며 최근 세계적으로 핫한 윌리엄 켄트리지, 가브리엘라 골더, 올리아 페도로바, 사하르 호마미, 처지엔취안이 참여한다.

작가들은 각각 동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각각 시대에 대응하는 목소리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며 더 나은 세계로 향하고자 하는 동시대 미술의 역할과 시선을 오월정신과 조우시키는 자리이다.

시립미술관은 매해 5월, 오월정신의 핵심 가치를 미술로 공유하기 위한 민주인권평화전을 개최해왔다. 올해는 지난 8일부터 9월27일까지 민중미술 1세대인 강요배 작가를 초대해 ‘시간이 되는 풍경’을 선보인다.

제주의 자연, 근현대사의 기억을 담아온 그는 풍경과 역사적 사건을 결합해 보여온 ‘리얼리즘’의 대가로 손꼽힌다. ‘제주의 화가’ ‘4·3 화가’ 등으로 불리며 시대를 마주보고 서왔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 아름다운 자연 위 축적된 한국 근현대사의 상흔을 대비해 보여준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기획전 ‘광주 518: 도시 정체성과 민주주의’를 지난 1일 오픈, 8월 16일까지 이어간다.

이 전시는 기록관과 국가유산청이 공동 주관해 지난해 프랑스 파리 귀스타브 에펠 대학교에서 열려 큰 반응을 얻은 바 있는 전시로 1980년 5월 광주를 사진과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되는 기록물은 국내 사진 기자들의 기록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인이 남긴 기록물과 영상 등으로 총 92점의 사진과 6편의 영상으로 구성됐다. 이 중 80여 점의 사진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8일에는 이와 연계한 학술세미나 ‘5·18 기록사진의 역사와 아카이브: 이미지, 증언, 기억’이 열리며 이달 한 달 동안은 5·18 관련 영화 상영회도 진행된다.

예술공간 집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강연균 : 증언의 궤적들’.

◆각자의 시선으로 만나는 그날

지역 곳곳의 문화공간, 단체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오월을 바라보고 이를 시민과 공유하며 광주의 5월을 환기한다.

은암미술관은 기획전 ‘들불야학’을 지난 7일부터 6월 5일까지 개최한다. 5·18민주화운동의 사상적 토대인 들불야학의 정신을 주목하는 자리이다. 들불야학은 노동자와 학생, 지식인이 함께 배우고 가르치며 시대를 읽어 나간 공동체였다. 전시는 이 러한 들불야학의 의미를 다양한 매체로 시각화하고 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선보인다.

예술공간 집은 지난달 24일부터 강연균을 초대해 기획전 ‘증언의 궤적들’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강연균이 매일 이어온 그림들을 아카이빙하고 이를 토대로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은 물론 그 궤적에서 만나는 역사의 흔적을 조명한다.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기획전 ‘깨지지 않는’ 중 김홍빈 작 ‘도청 분수대를 위한 샹들리에’.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는 기획전 ‘깨지지 않는(Unbreakable)’을 지난 2일 개최, 30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가 2023년부터 이어온 기획의 연장선으로, 문학적 서사를 빌려 항쟁의 기억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지난 2023년과 2025년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진행했던 전시 ‘소리 없는 목소리’에 참여했던 김홍빈 작가를 초대해, 당시 선보였던 블루스크린 작업을 ‘유리’로 치환했다. ‘소년이 온다’를 읽듯 기억을 따라가며 작품을 바라보도록 구성된 이 전시는 유리를 매개로 5·18의 시간을 다시 불러내고 2024~2025년 다시 한번 많은 시민이 뜨겁게 열망했던 민주주의를 연결시킨다.

광주민미협의 오월미술제 중 박소연 작 ‘이름에게’.

매해 열리고 있는 광주민족미술인협회(광주 민미협)의 오월미술제는 지난 7일 개막해 27일까지 열린다. 이번 오월미술제 ‘등장 When Bodies Appear’은 ‘여성’을 전면 주제로 삼아 ‘파시즘에 대항하는 여성’을 주제로 펼쳐진다. 80년 5월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증언과 돌봄, 상호의존의 윤리를 바탕으로 여성적 운동을 동시대 예술로 이야기한다. 천주교광주대교구청 브레디관에서는 과거사와 현재에서 국가와 사회가 가해 온 다양한 젠더폭력의 문제를 다루고 무등갤러리에서는 역사에서 주목 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운동을 조명한다. 금남로에서는 16일 시민 참여 속 라이브 퍼포먼스가 열린다.

광주민예총이 선보이는 예술만장전 지난해 모습.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이하 광주민예총)은 지난 2020년부터 이어온 예술만장전을 올해도 연다. 지난 2일부터 국립 5·18민주묘지 입구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만장전은 ‘유비쿼터스 민주주의라는 상상’을 주제로 펼쳐진다. 전국 30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만장이라는 전통적 매체를 통해 동시대의 민주주의 이슈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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