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삽화전, 오월미술관
오는 30일까지 38점 선보여
한송주 작가와 2년 6개월 간
전남·북 30곳 천년고찰 답사
재치 있는 상상 가미해 '재미'
"새 장르 원 없이…즐거웠다"

“이번 전라도 사찰 기행 연재가 아니었다면 이런 그림을 그릴 일도 없었겠죠. 그런 점에서 이번 2년 6개월의 작업이 소중하고 재밌었습니다.”
1일 전라도 사찰기행기를 담은 ‘저절로’의 출판기념회와 연계 전시를 갖는 이상호 작가는 이번 삽화 작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라도 사찰기행기 ‘저절로’는 지난 2024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라도닷컴’에 한 달에 세 번 연재한 글과 그림을 엮은 책으로 글은 불교 문화에 긴 시간 시선을 두고 글을 써 온 한송주가, 그림은 불교적 색채를 바탕으로 민중미술을 긴 시간 펼쳐 온 이상호가 쓰고 그렸다.
두 사람은 연재에 앞서 지난 2023년 봄, 의기투합해 그해 5월부터 매달 한 번씩 전라남·북도의 사찰 30여 곳을 방문했다. 광주의 증심사를 시작으로 강진 백련사, 여수 향일암을 거쳐 완주 화암사, 부안 내소사 등 천년고찰을 기행했다.
특히 책에 실린 그림은 책과 같은 이름의 전시로 오월미술관에서 출판기념회와 같은 날 오픈해 4월 30일까지 선보인다. 2022년 서울 전시 이후 이 작가의 4년 만의 개인전인 이 자리에는 책에 실린 90점의 그림 중 38점이 전시된다. 석탑이나 석불 등 사찰의 문화재를 묘사하거나 경내에서 마주친 풍경들, 사찰의 설화 등 다양한 모습이 담긴 작품들이다. 이 중에는 ‘아미타부처님’ ‘월출산과 나’ 등 이전에 그렸던 불교 관련 작품도 8점 포함됐다.

이 작가는 가장 애정 가는 그림으로 화순 운주사를 배경으로 한 ‘일어선 부처와 아이들’을 꼽았다.
그는 “운주사 와불이 일어서면 새 세상이 온다는 전설이 있다”며 “그 전설을 바탕으로 와불을 세워 그 앞에서 어린 아이들이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을 그렸는데 여기엔 좋은 세상에 대한 나의 염원, 소망이 담겼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그림에는 작가의 재미있는 상상력이 담긴 작품들이 눈에 띈다. 보따리(포대)에 시주 받은 먹거리, 약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포대화상(布袋和尙)을 그린 작품에는 캐리어를 옆에 그려 넣어 현대에 와서는 짐이 많은 그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다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선암사 ‘삼인당’은 나이 든 노 보살이 연못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과 함께 물 위에 부처의 모습을 비치게 그렸다. 불심이 깊으면 부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이다.

이 작가는 “이전까지 나의 그림이 불교적 색채가 강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그리려고 했다”며 “또 있는 그대로 그리면 평범할 것 같아 상상을 더하고 현대적인 색채를 넣어 그려, 보는 이들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두 사람이 다녀온 30곳의 사찰은 ‘천년고찰’로 불릴 만큼 긴 역사를 자랑하기에 큰 규모의 사찰부터 화려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을 품은 절 등 각각 다양한 매력을 가졌다. 그 중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곳은 어디일까. 이 작가는 큰 고민 없이 바로 완주의 화암사라고 답했다.
그는 “보통 절은 가람 배치라는 것에 따라 많은 건축물을 배치하는데 화암사는 가람 배치도 없고 화려한 단청도 없는 곳이다”며 “규모도 작은데 다른 절에 비해서 화려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아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다. 마치 안식처 같은 곳”이라고 떠올렸다.

불자이고 또 불교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 작가지만 이번 작업은 그에게 쉽지만은 않았을 테다. 글과 함께 맞춰가야하는 삽화 작업인데다 한 달에 세 번의 마감에 맞춰 그려야하는 일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혼자 작업실에서 자신의 속도에 맞춰 작업해왔던 그이다.
이 작가는 “시간이 많이 요구되는 작업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해야한다는 점에서 힘들었지만, 그동안 민중미술만 해왔기에 그려보지 못한 꽃이나 밤하늘의 별 등을 그릴 수 있어 재밌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이번 작업을 하지 않았으면 평생 못할 뻔 하지 않았나. 새로운 장르를 원 없이 해 본 좋은 경험이 됐고 이번 경험이 또 앞으로 민중미술을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동력이 됐다”고 되돌아봤다.
그의 말처럼 그는 앞으로 민중미술에 더욱 몰입할 계획이다. 5·18민주화운동을 그리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지금까지 사회적, 역사적 메시지를 담은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광주의 5월을 그릴 계획입니다. 7~8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자료 조사, 유가족 인터뷰부터 시작해 차근히 준비한 후 붓을 잡으려 합니다. 제 고향이 광주예요. 고향의 역사를 제대로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한편 이상호는 1987년 조선대 미대생 시절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를 친구 전정호와 함께 그렸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작업들을 여러차례 개인전에서 선보여왔으며 지난 2021년엔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일제를 빛낸 사람들’을 전시하기도 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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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장관 “기초예술 지원 강화하겠다”
1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에서 진행된 ‘기획예산처 장관 지역 문화예술 현장 간담회’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과 ACC의 지역 상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예술인들의 목소리에 향후 정책과 예산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박 장관은 1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을 찾아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초예술 지원 확대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방향성 등을 논의했다.이날 오후 ACC 회의실2에서 열린 행사에는 김원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장을 비롯해 공연·미술 등 분야의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참석자들은 지역 예술계의 구조적 어려움과 공공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예술가들이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병행하는 현실 속에서 실험적 창작 활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ACC와 지역 예술계의 연계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지역 공연예술인들이 여전히 ACC 문턱을 높게 느끼고 있다”며 공동 제작 시스템과 레지던시 확대, 지역 창작물 유통 지원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광주 시민들이 수도권에 가지 않아도 수준 높은 공연과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해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1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에서 진행된 ‘기획예산처 장관 지역 문화예술 현장 간담회’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청년예술인 유출 문제와 지역 예술 생태계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지역에 창작 기반과 교육 환경이 부족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며 “지역 예술인들이 장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원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장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광주 전역에서 함께 추진돼야 하는 사업”이라며 “광주시 권역 사업들은 매칭 예산 문제 등으로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민 체감도가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사업이 지역 곳곳에 골고루 이뤄져야 예술인들도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박 장관은 “기초예술과 대중예술, 공공영역과 시장영역마다 필요한 정책이 서로 다른데 지금은 너무 뭉뚱그려져 있다”며 “분야별 맞춤형 전략과 지원 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1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에서 진행된 ‘기획예산처 장관 지역 문화예술 현장 간담회’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그는 이어 “ACC가 현장 예술인들과 시장, 공공영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광주·전남 예술인들과 함께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산업과 예술 생태계를 키워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류재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지원포럼회장, 김허경 광주유네스코창의도시 미디어아트플랫폼 센터장, 이정기·서영기 미술작가, 임홍석 한국연극협회 광주지회장, 김현재 안무가 등이 참여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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