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작가 작품 선보여
박서보·유영국 등 추상화도
예술 통해 사회 기여하고자 한
컬렉션 의미 널리 알리는 자리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이 하정웅컬렉션 상설전을 올해부터 운영하기로 해 눈길을 모은다. 첫 상설전은 그동안 하정웅 컬렉션 전에서 보여줬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리 구성돼 시민이 하정웅미술관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이 10일 2026하정웅컬렉션전 ‘하정웅컬렉션 1993-2018’을 오픈했다.
2층 4~6전시실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첫 하정웅컬렉션 상설전이다.

하정웅컬렉션은 재일동포 2세인 하정웅 명예관장이 지난 1993년부터 2018년까지 8차례에 걸쳐 기증한 2천603점의 작품들이다. 이 컬렉션은 해외 유명 거장의 작품부터 이우환 등 한국 근현대 작가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재일 작가들의 작품까지 폭넓은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그의 컬렉션은 전화황으로부터 시작된다. 전화황의 ‘미륵보살’을 마주한 이후부터 그는 컬렉터의 길을 걷게 된다. 일본과 한국,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작업에 몰두하는 재일작가들이 빛을 보기를 바라면서다. 이같은 마음으로 모은 작품은 총 1만5천여 점으로 개인 소장품으로는 상당한 규모다. 소장품 수만 따지자면,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수보다 많다.
1993년 광주시립미술관이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미술관으로 출발하는 데에는 이같은 하정웅 컬렉션이 큰 역할을 했다. 그가 212점을 기증하며 미술관의 최소 소장품 수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이에 시립미술관은 하정웅 선생의 뜻에 따라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빛’ 전을 포함해 그의 소장품을 연구하고 매해 컬렉션 전을 선보여왔다.
그러나 언제든 하정웅미술관을 방문하면 하정웅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전시 일정에 따른 것이었지만 언제나 아쉬움은 남았다.

윤익 시립미술관 관장은 “기증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도, 시민 서비스 차원에서도 언제든 하정웅컬렉션을 볼 수 있어야한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부터 첫 상설전을 열게 됐다”며 “올해를 시작으로 매해 상설전을 꾸릴 예정으로 하정웅 선생이 컬렉션을 하며 품었던 뜻과 기증하며 우리 사회에 준 울림을 계속해서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첫 상설전을 갖는 만큼 보다 많은 시민이 접근하기 쉽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기존에 역사적 의미를 담은 작품이나 디아스포라 작품, 전후 상흔을 담은 작품을 위주로 보여줬던 것에서 나아가 컬렉션 중 유명 작품, 미술사적으로 의미를 지닌 작품, 컬렉션의 대표성을 갖는 작품을 선별했다.

전시는 총 두 개 섹션으로 ‘판으로 새긴 세계’와 ‘사유의 시간’으로 구성됐다.
‘판으로 새긴 세계’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판화로 만날 수 있는 섹션이다. 들어가기도 전에 보이는 쿠사마 야요이, 살바도르 달리 작품은 감탄을 자아낸다. 피카소, 앤디 워홀 등 미술 애호가가 아닌 시민도 교과서나 대중매체에서 많이 접한 거장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사유의 시간’은 하정웅 선생이 도불을 도왔던 이우환 작가를 통해 소개 받은 한국 작가들의 추상화를 모았다. 하정웅 컬렉션에만 35점이 속해 있는 이우환의 작품은 물론 유영국, 박서보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은 조금 어둡게 조성돼 있어 섹션 이름처럼 작품을 보며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하정웅 명예관장실은 하정웅 선생의 생애와 그가 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 실로 마련됐다. 그가 현대미술은 물론 민중미술, 디아스포라 미술 등의 작품을 폭넓게 수집하고 이를 기증하는 과정에서 한국 근현대 미술의 영역을 확장했음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명지 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하정웅컬렉션 중 디아스포라, 전쟁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중점적으로 보여드리며 다소 어두운 이미지를 갖게 된 것 같아 이번에는 예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던 하정웅 선생의 의미를 더 많이 알리고자 좀 더 밝은 해외 유명 작가 작품을 많이 선보이게 됐다”며 “전시장에 온 관람객들이 ‘이 작품 나 교과서에서 본 건데’ ‘이 작가 많이 들어봤는데’하며 미술관을 더욱 친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25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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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예술과 5월 광주의 교차 지점 바라보다
강수지·이하영 작 ‘독버섯’광주의 5월은 ‘너무 견고해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은’ 사회를 ‘보잘 것 없는 줄 알았던’ 목소리가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이자 용기이다. 동시대 예술도 그렇다. ‘완전한 것들’로부터 틈을 발견하고 이를 이야기한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하 G.MAP)은 이러한 예술의 저항정신, 참여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광주의 5월과 동시대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조명하며 오월정신이 동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임을 보여준다.이번 전시 ‘완전한 것들의 틈’은 G.MAP이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이다. 우리 지역 청년 작가팀부터 이란, 우크라이나 등 전쟁의 상흔을 안은 채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120년 서사시’라 볼 수 있는 첫 번째 섹션부터 역사성이 뚜렷한 두 번째 섹션, 동시대 시각이 더욱 드러나는 세 번째 섹션으로 구성됐다.그중 1층에 자리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 ‘민족해방운동사’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민중해방운동사’는 전국의 미술 집단, 대학 미술패가 모인 ‘민족민중미술운동 전국연합 건설준비위원회’가 1989년 3개월 동안 제작한 걸개그림으로 가로 77m의 초대형 작품이다. 동학농민운동부터 5·18민주화운동을 지나 1989년 통일운동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민중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던 장면들을 담았다. 서울, 광주,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전국 순회 전시를 가졌으나 한양대에서 경찰과 백골단에 압수 당한 뒤 소각돼 사라졌다. 이것을 G.MAP이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복원시킨 것이다. 4개 벽면에서 77m의 초대형 작품이 살아 움직이며 에너지가 극대화된다. 당시의 민중 염원과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도 하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오는 7월 15일까지 갖는다.2층에서 만나는 두 번째 섹션 전시는 ‘남아공의 피카소’로 불리는 윌리엄 켄트리지가 고국의 아파르트헤이트(유색인종 차별정책)를 러시아 소설로 은유하며 비판, 이같은 부조리함이 어디서든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시작된다. 또 양복을 입고 물물 속에서 걷는 인물을 통해 IMF시대 속 ‘숨 쉬기’ 조차 버겁고 무거운 걸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은유하는 이용백의 작품, 지금은 철거되고 사라졌으나 한때는 권력을 상징했던 국군기무사령부 건물을 이 건물 건축 도면을 바탕으로 3D 모델링하며 권력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문경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이념 대립으로 인해 민간인이 학살 당한 국군보도연맹이 일어난 광주·전남 지역의 숨겨진 학살지를 찾아나서는 권승찬의 작품, 기억되어야 할 4·3과 10·19, 5·18이 제거해야할 ‘독버섯’처럼 취급되는 사회적 이해관계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강수지·이하영의 작품은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보다 우리 시대 이야기를 전하는 세 번째 섹션 전시는 전시공간 자체를 광장처럼 꾸미기 위해 가벽을 최소화했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 절제해 더 많은 의미를 담고자 수화(手話)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장민승의 작품, 아르헨티나 노동운동에 쓰이는 구호를 외치는 연극배우들의 모습을 매우 느리게 만들어 이들이 짓는 찰나의 표정이나 포즈를 통해 한순간의 집회로 보았던 노동운동자들의 연대를 가만히 지켜보게 만드는 가브리엘라 골더의 작품은 여운을 남긴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기념해 ‘민족해방운동사’를 몰입형 미디어아트작품으로 복원했다.대만의 원시 신앙부터 네온사인 등 현대 문명까지를 포착하며 상이한 존재들이 대립하기 보다는 공존하고 있음을 전하는 처지엔취안의 작품, 40여 개의 서로 다른 국가의 말로 쓰인 ‘나’라는 글자가 결국엔 하나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통해 언어와 문화, 국경을 넘어 하나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사하르 호마미의 작품은 우리의 오늘날을 마주할 수 있다.또 우크라이나 작가 올리아 페도로바는 러-우 전쟁으로 인한 상흔을 미처 수확하지 못한 아름다운 해바라기밭을 통해 대비적으로 보여준다. 중간의 짧고 수상한 움직임은 평범했던 풍경이 경계심을 일으키는 일상이 되어버렸음을 암시한다. 거센 강풍에 맞서 숨을 들이 쉬고 내뱉는 퍼포먼스를 담은 그의 또다른 작품은 이같은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며 그럼에도 맞서 하나의 주체로 끝까지 존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김허경 G.MAP센터장은 “이번 전시는 G.MAP의 첫 5·18 특별기획전으로 오월정신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보편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의 예술가 혹은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이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피며 오월정신을 예술적 관점에서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지난 7일 오픈해 오는 7월15일까지 펼쳐진다.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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