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백련 제자들 작품 만나고
양림동 이강하미술관에서는
광주3·1운동 속 여성 주목
충장로 5가 충장22로 이동해
시절 담은 현대풍속화 감상

벌써 꽃나무 끝이 불긋해졌다. 살을 에는 듯한 날카로운 칼바람도 어느새 뭉뚝 부드러워졌다. 봄이 성큼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몸과 마음은 밖으로 향한다. 설레는 봄, 전시와 함께 구도심 여행은 어떤가?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구도심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느릿한 여유를 즐겼다가도 트렌디함은 물론 독특한 분위기까지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시작은 무등산이다. 증심사로 향하는 야트막한 산길을 살짝 걷다 보면 아담한 현대적 건물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은 의재미술관이다. 노출콘크리트와 목재, 유리로 마감한 건축물과 돌담의 어우러짐만으로도 봄날 산책에 감동을 주는 곳.
의재미술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남종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의 정신을 담은 곳으로 그가 눈을 감을 때까지 활동했던 무등산 자락에 세워졌다.

이곳에서는 3일부터 소장품전인 ‘의재와의 아름다운 동행’이 열리고 있다. 오는 7월 31일까지 이어지는데 의재의 정신을 계승해 나가고 있는 의재의 제자 20여명이 그린 사군자, 산수 등 남종문인화 40여 점의 작품이 미술관을 채우고 있다. 이를 통해 남종문인화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음은 물론 우리 삶에서 전통은 현재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 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다.
오전 산책을 마쳤다면, 식사도 해결할 겸 양림동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양림동에는 요즘 주목받는 레스토랑부터 오랜 시간 맛을 이어온 식당, 쉬어가기 좋은 카페가 즐비하다. 여기에 골목 구석구석의 옛 건축물, 이야기는 양림동을 더욱 반짝이게 만든다. 이곳에는 옛 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한 미술관이 있다. 남구 이강하미술관으로 30여 년 동안 양림동에서 작업한, ‘무등산 화가’ ‘시민군 화가’ 이강하의 이름을 딴 곳이다.
이강하미술관은 지난달 20일부터 광주 3·1만세운동 107주년을 기념한 전시 ‘결연한 기록들’을 진행 중이다. 다음달 26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광주 3·1만세운동이 펼쳐진 양림동에서 이뤄져 더욱 흥미를 더한다. 특히 이 전시가 주목하는 것은 역사 기록 바깥에 자리하고 있는 광주 여성 독립 운동가들로, 그들의 존재와 여성들의 저항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강하미술관은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슨트와 전시를 함께 보며 설명을 듣는 것으로 전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다음 행선지는 충장로이다. 양림동에서 광주천변을 건너면 되니 싸목싸목 산책하기에도 좋다. 좀 더 산책하는 느낌을 내고 싶다면 천변 산책로를 이용해 걸어가는 것도 좋겠다. 목적지는 충장로 5가에 자리한 충장22이다. 충장로 5가는 한때 사람들로 북적이던 상업골목이었으나 도심이 옮겨가며 현재는 이전만큼의 활기를 찾기 어려운 곳이다. 충장22는 그런 충장로 5가에 예술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문을 연 곳으로 한때 간장공장이었던 곳을 리모델링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은 곳이다. 카페와 갤러리, 작가 레지던시, 공유공간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이곳 2층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단체들의 전시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한국현대풍속화전-Real Time Korea’가 열린다. 광주예술공감연구소가 기획한 전시로 어반스케치를 중심으로 작업했던 작가들이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일상을 작품에 담아냈다. 또 1층 전시실에서는 이번 참여작가들이 도시 풍경을 그려낸 어반스케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모든 전시는 무료다. 이제 운동화만 챙겨 신으면 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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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경계 허문 작가의 마지막 10년
황창배 작 ‘무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했던 황창배의 작품세계를 광주에서 만난다. 괴산에서 보낸 마지막 10년 동안 더욱 자유롭고 치열해진 그의 예술을 조명한다.광주 복합문화공간 김냇과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으로 ‘괴산의 그림쟁이 : 황창배’ 전시를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타지역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다양한 작업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황창배로 이번 전시는 그가 충북 괴산에 정착한 이후부터 작고하기까지 약 10년 동안 펼쳐낸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괴산은 황 작가가 안정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공간이자 그의 예술이 가장 자유롭고 치열하게 확장된 곳이다.황창배 작 ‘무제’황창배는 한국화의 전통을 답습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지필묵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한지와 먹은 물론 캔버스, 아크릴, 잿물, 연탄재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문자와 그림, 시와 회화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결합하고 서기 대신 단기를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 회화 세계를 만들어냈다.황창배 작 ‘무제’그에게 괴산에서의 삶은 예술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도시와 제도를 떠난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꽃과 나무, 새와 물고기 같은 생명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고 자연의 질서와 삶의 본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말년에는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대형 연작을 제작하며 신앙과 인간, 생명에 대한 사유 등을 회화 안에 담아냈다. 그의 화면에는 한국화의 전통 뿐 아니라 삶과 자연, 신앙, 문학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 있다.이번 전시 제목인 ‘괴산의 그림쟁이’는 작가가 생전에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다. ‘그림쟁이’는 화가나 교수라는 제도적 명칭보다 끝까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태도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괴산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0년을 중심으로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 한 작가의 치열한 실험과 자유를 되돌아본다.최아람 김냇과 대표는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회화를 완성했던 황창배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예술적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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