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서울시립미술관과
샘터화랑 등 국내 기관 협력
김종학·김창열·이우환·전혁림 등
한국 1·2세대 작가 10인 작품
추상 화면 속 아름다움 '만끽'

"추상화를 보면 선 하나 그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창작 행위 자체에 담긴 사색의 흔적을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이나 독창성 등이 회화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자리입니다."
15일 이혁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사는 지난 5일부터 열리고 있는 '형상의 울림: 기호와 행위의 아름다움' 전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시립미술관의 2025 국내외기관협력전으로 이름처럼 다양한 미술기관의 협력 아래 펼쳐지는 자리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샘터화랑이 협력해 소장품을 대여, 시립미술관의 소장품과 어우러지며 전시를 완성했다.
전시 작품의 작가 라인업도 화려하다. 김종학, 김창열, 박서보, 윤형근, 이대원, 이성자, 이우환, 전혁림, 정상화, 정창섭 등 10인이다.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1, 2세대 추상화 거장들이다.

시립미술관은 이들의 작품을 통해 순수회화가 주는 아름다움을 시민이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는 한국 추상화에서 드러나는 특징들을 주제로 세 개 섹션을 구성했다. 하나는 추상화나 단색화에서 보이는, 고요해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수행: 붓질과 반복, 사유의 행위'. 또 하나는 한국적 색채를 찾기 위한 여정이 담긴, 조형성이 강조된 작품들을 바라보는 '형식: 기호와 조형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 마지막 하나는 자신만의 언어로 자연을 재구성한 작품들을 살펴보는 '자연: 자연을 응축한 내면의 감각'이다.
첫 번째 섹션에는 박서보, 윤형근, 이우환, 정상화가 자리한다. 붓질이 반복되고, 접고 펼쳤다 비우고 채우기를 거듭하는 작품들로 작가들이 마치 수행을 하듯, 구도하듯 펼쳐낸 작업물을 통해 한국 추상화의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순간을 짚어본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김창열, 이성자, 정창섭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국적인 것' '동양적인 것'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작가들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펼쳐낸 '한국적' 화면이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세 번째 섹션에는 김종학, 이대원, 전혁림이 자리한다. 이들은 자연, 풍경을 자신만의 조형적 언어로 재해석한 작가들이다. 과감한 색채와 구성, 서양화지만 수묵화에서 쓰이는 다시점 기법 등을 통해 설악산의 풍경을 담아 내거나 일정한 리듬감이 느껴지는 붓질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농촌 풍경을 표현하고, 한국적 문양과 오방색을 재해석해 그린 풍경 등이 독특한 재미를 준다.
윤익 시립미술관 관장은 "한국 현대 미술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고유한 아름다움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전시로 구성했다"며 "추운 겨울, 따뜻한 미술관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예술 감성을 풍성하게 만들어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시립미술관 본관 2층 3, 4전시실에서 내년 3월 1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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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발레단과 함께한 시간은 인생의 행운"
박경숙 제7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박경숙 제7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광주시립무용단의 제2대(1996~2002) 단장을 거쳐 제7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돌아와 지난 4년간 발레단을 이끌어온 박경숙 예술감독이 오는 16일 임기를 마친다. 2022년 취임 이후 연임하며 광주시립발레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컨템퍼러리 발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를 만나 소회를 들었다.-임기를 마무리하는 심정은 어떤가.▲한마디로 '시원섭섭'하다.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나를 믿고 쉼 없이 달려와 준 단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2022년 1월부터 지금까지, 2년의 임기를 한 번 연임하며 보낸 시간은 내 인생에서도 무척이나 복된 시간이었다.-임기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성과를 꼽는다면.광주시립발레단 '디바인'▲광주시립발레단만의 '차별화된 레퍼토리 구축'이다. 같은 클래식 발레라도 광주시립발레단만의 독창적인 버전을 선보여 관람 욕구를 자극하려 노력했다. 특히 창작 컨템퍼러리 발레 '디바인(DIVINE)'은 큰 자부심이다. 2023년 초연 이후 제29회 한국발레협회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작품상 등을 석권했다. 클래식에 편중된 한국 발레 생태계에서 과감하게 컨템퍼러리 정기공연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한국 발레계의 쾌거'라는 평을 받았다.-광주시립발레단만의 정체성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판단하는가.▲서울 외 지역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시립발레단이라는 메리트가 크다. 특히 우리 단원들은 '메소드 연기'에 탁월하다. 무용은 몸짓으로 모든 걸 전달해야 하기에 연기력을 강조했는데,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 당시 서울 관객들이 배우 못지않은 표현력에 감탄할 정도였다. 클래식 무용수들이 단 몇 달 만에 컨템퍼러리 언어를 완벽히 소화해내는 열정 또한 우리만의 정체성이다.-1990년대 2대 단장 시절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광주시립발레단 기획공연 '단원 안무전'▲당시에는 안무, 지도, 기획, 홍보까지 혼자 도맡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이었다면, 지금은 행정적 분업이 잘 돼 있다. 다만 노동 환경의 변화로 리허설 시간이 부족해진 점은 예술감독으로서 안타깝다. 작품을 올릴 때 시간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단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고자 했던 가치는.▲테크닉과 연기력이 결합될 때 비로소 예술성이 완성된다는 점이다. 또한 리허설의 질은 공연의 질과 비례한다고 믿는다. 리허설 때 동작만 흉내 내는 '마킹'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연습에서 흐지부지하면 반드시 무대에서 실수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매일 최선을 다해 임했다.-실력을 기준으로 한 캐스팅 원칙을 고수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캐스팅은 무용수들에게 생명과 같은 아주 예민한 문제다. 발표 몇 달 전부터 신인 기용과 기존 무용수의 조화를 수없이 고민한다. 하지만 결국 발레는 눈으로 실력이 증명되는 예술이기에 실력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단원들이 이를 믿고 잘 따라주었다.-관객층의 변화도 체감하는가.광주시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과거에는 무용수의 가족이나 전공생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취발러(취미 발레인)'를 포함한 탄탄한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최근 '호두까기 인형'은 2층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1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제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끝내 완성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 과제가 있다면.▲'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리고 싶었지만 높은 저작권료와 예산 문제, 무용수 부족 등으로 시도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이다. 국립발레단 예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예산만 보완된다면 광주시립발레단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제도적 환경에 대해 제언하고 싶은 점은.광주시립발레단 '해적'▲발레단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조례가 아쉽다. 20~30대가 전성기인 무용수의 특성을 반영한 처우 개선과 성과 중심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실현되길 바란다.-마지막으로 시민들과 단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광주시립발레단 '지젤'▲광주에 이런 발레단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자부심이다. 특히 '디바인'은 광주 오월의 정신을 가장 숭고하게 표현한 무형 유산으로 남길 바란다. 2대와 7대 단장으로서 광주시립발레단과 함께한 것은 내 인생의 큰 행운이었다. 앞으로는 광주시립발레단의 열렬한 팬이 되어 뒤에서 조용히 서포트하겠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 다양한 이슈 펼치고 고민하는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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