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로 전락한 지식으로부터 도망치다

입력 2025.12.09. 14:13 김혜진 기자
신창운 개인전 14일까지 드영미술관
지혜 길러오는 마중물 아닌
권력·부 위한 수단 되어가는
지식과 이를 쫓는 욕망 살펴
반야심경·물방울 형상 통해
찰나의 아름다운 인생 상징
"짧은 삶, 행복하게 살아야"
드영미술관에서 개인전 'Knowledgescape(지식의 풍경)'을 내달 14일까지 갖는 신창운 작가.

"지식이 권력이나 부를 위한 수단으로 쓰이면서 지식에 대한 욕망이 커지고 왜곡된 정보가 늘어나고 있다고 봤어요. 지혜를 길러오는 마중물이 되면 좋겠는데 권력을 위한 수단이 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드영미술관에서 개인전 'Knowledgescape(지식의 풍경)'을 갖고 있는 신창운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최근 이같이 설명했다.

신창운 작 '지식의 풍경_Knowledgescape'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욕망'을 탐구하고 있는 신 작가가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매 전시마다 욕망을 큰 테마로 변화한 주제, 매체, 형식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이번에는 '지식'을 들여다본다.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더 나은 삶을 위한 지혜를 위한 것이 아닌 권력과 부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지식에 대한 욕망을 들여다본다.

작가는 '지식'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시각화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예수나 싯타르타, 노자, 장자, 정약용 등 성인들의 말씀을 화면에 텍스트로 담아내는 것이었다. 텍스트를 반복해서 적고 또 적은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구도(求道)의 한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신창운 작 '지식의 풍경_Knowledgescape'

그는 "추상적인 지식을 구상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 '지식을 풍경 형태로 보여주자'하고 텍스트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쌓이다보니 묘하게 조형적 요소로 변화하더라"며 "지식의 풍경, Knowledgescape은 달리 읽으면 지식으로부터 달아나거나 도망치는(escape) 의미를 담고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지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내 마음이 표현돼 놀랐다. 계시인가 했다"고 웃어보였다.

이처럼 작가는 궁극적으로 지식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권력을 위한 지식만을 쫓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짧고 너무 아름답기에. 이같은 메시지는 작품 속에서 반야심경과 물방울로 표현됐다.

신창운 작 '지식의 풍경_Knowledgescape'

그는 "불교의 핵심 교리인 반야심경의 내용은 우리 삶은 무상하며 고정된 실체가 없는데 우리는 나의 육신, 내가 이룬 부, 나의 자식 등이 마치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생각을 한다"며 "작품 속 물거품도 같은 의미이다. 눈 깜짝할 사이 터져 사라지지만 짧은 사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처럼 정말 짧은 우리 인생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집착하지 말고 충실히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같은 그의 의도를 정확히 담고 있다. 1전시실은 지식을 향한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사투를, 2전시실은 뜨거웠던 투쟁을 지나 평온의 상태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신창운 작 '지식의 풍경_Knowledgescape'

신 작가는 "나도 못하는 것이지만 성현들의 말씀이 결국은 누구의 평가나 판단 없이 내가 내 인생의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가 '짧지만 아름다운 내 인생을 의미 있게 산다면 부나 명성과는 상관 없이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용기를 주는 시간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14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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