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길러오는 마중물 아닌
권력·부 위한 수단 되어가는
지식과 이를 쫓는 욕망 살펴
반야심경·물방울 형상 통해
찰나의 아름다운 인생 상징
"짧은 삶, 행복하게 살아야"

"지식이 권력이나 부를 위한 수단으로 쓰이면서 지식에 대한 욕망이 커지고 왜곡된 정보가 늘어나고 있다고 봤어요. 지혜를 길러오는 마중물이 되면 좋겠는데 권력을 위한 수단이 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드영미술관에서 개인전 'Knowledgescape(지식의 풍경)'을 갖고 있는 신창운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최근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욕망'을 탐구하고 있는 신 작가가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매 전시마다 욕망을 큰 테마로 변화한 주제, 매체, 형식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이번에는 '지식'을 들여다본다.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더 나은 삶을 위한 지혜를 위한 것이 아닌 권력과 부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지식에 대한 욕망을 들여다본다.
작가는 '지식'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시각화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예수나 싯타르타, 노자, 장자, 정약용 등 성인들의 말씀을 화면에 텍스트로 담아내는 것이었다. 텍스트를 반복해서 적고 또 적은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구도(求道)의 한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추상적인 지식을 구상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 '지식을 풍경 형태로 보여주자'하고 텍스트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쌓이다보니 묘하게 조형적 요소로 변화하더라"며 "지식의 풍경, Knowledgescape은 달리 읽으면 지식으로부터 달아나거나 도망치는(escape) 의미를 담고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지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내 마음이 표현돼 놀랐다. 계시인가 했다"고 웃어보였다.
이처럼 작가는 궁극적으로 지식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권력을 위한 지식만을 쫓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짧고 너무 아름답기에. 이같은 메시지는 작품 속에서 반야심경과 물방울로 표현됐다.

그는 "불교의 핵심 교리인 반야심경의 내용은 우리 삶은 무상하며 고정된 실체가 없는데 우리는 나의 육신, 내가 이룬 부, 나의 자식 등이 마치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생각을 한다"며 "작품 속 물거품도 같은 의미이다. 눈 깜짝할 사이 터져 사라지지만 짧은 사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처럼 정말 짧은 우리 인생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집착하지 말고 충실히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같은 그의 의도를 정확히 담고 있다. 1전시실은 지식을 향한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사투를, 2전시실은 뜨거웠던 투쟁을 지나 평온의 상태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신 작가는 "나도 못하는 것이지만 성현들의 말씀이 결국은 누구의 평가나 판단 없이 내가 내 인생의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가 '짧지만 아름다운 내 인생을 의미 있게 산다면 부나 명성과는 상관 없이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용기를 주는 시간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14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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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발레단과 함께한 시간은 인생의 행운"
박경숙 제7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박경숙 제7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광주시립무용단의 제2대(1996~2002) 단장을 거쳐 제7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돌아와 지난 4년간 발레단을 이끌어온 박경숙 예술감독이 오는 16일 임기를 마친다. 2022년 취임 이후 연임하며 광주시립발레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컨템퍼러리 발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를 만나 소회를 들었다.-임기를 마무리하는 심정은 어떤가.▲한마디로 '시원섭섭'하다.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나를 믿고 쉼 없이 달려와 준 단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2022년 1월부터 지금까지, 2년의 임기를 한 번 연임하며 보낸 시간은 내 인생에서도 무척이나 복된 시간이었다.-임기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성과를 꼽는다면.광주시립발레단 '디바인'▲광주시립발레단만의 '차별화된 레퍼토리 구축'이다. 같은 클래식 발레라도 광주시립발레단만의 독창적인 버전을 선보여 관람 욕구를 자극하려 노력했다. 특히 창작 컨템퍼러리 발레 '디바인(DIVINE)'은 큰 자부심이다. 2023년 초연 이후 제29회 한국발레협회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작품상 등을 석권했다. 클래식에 편중된 한국 발레 생태계에서 과감하게 컨템퍼러리 정기공연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한국 발레계의 쾌거'라는 평을 받았다.-광주시립발레단만의 정체성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판단하는가.▲서울 외 지역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시립발레단이라는 메리트가 크다. 특히 우리 단원들은 '메소드 연기'에 탁월하다. 무용은 몸짓으로 모든 걸 전달해야 하기에 연기력을 강조했는데,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 당시 서울 관객들이 배우 못지않은 표현력에 감탄할 정도였다. 클래식 무용수들이 단 몇 달 만에 컨템퍼러리 언어를 완벽히 소화해내는 열정 또한 우리만의 정체성이다.-1990년대 2대 단장 시절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광주시립발레단 기획공연 '단원 안무전'▲당시에는 안무, 지도, 기획, 홍보까지 혼자 도맡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이었다면, 지금은 행정적 분업이 잘 돼 있다. 다만 노동 환경의 변화로 리허설 시간이 부족해진 점은 예술감독으로서 안타깝다. 작품을 올릴 때 시간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단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고자 했던 가치는.▲테크닉과 연기력이 결합될 때 비로소 예술성이 완성된다는 점이다. 또한 리허설의 질은 공연의 질과 비례한다고 믿는다. 리허설 때 동작만 흉내 내는 '마킹'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연습에서 흐지부지하면 반드시 무대에서 실수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매일 최선을 다해 임했다.-실력을 기준으로 한 캐스팅 원칙을 고수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캐스팅은 무용수들에게 생명과 같은 아주 예민한 문제다. 발표 몇 달 전부터 신인 기용과 기존 무용수의 조화를 수없이 고민한다. 하지만 결국 발레는 눈으로 실력이 증명되는 예술이기에 실력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단원들이 이를 믿고 잘 따라주었다.-관객층의 변화도 체감하는가.광주시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과거에는 무용수의 가족이나 전공생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취발러(취미 발레인)'를 포함한 탄탄한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최근 '호두까기 인형'은 2층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1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제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끝내 완성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 과제가 있다면.▲'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리고 싶었지만 높은 저작권료와 예산 문제, 무용수 부족 등으로 시도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이다. 국립발레단 예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예산만 보완된다면 광주시립발레단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제도적 환경에 대해 제언하고 싶은 점은.광주시립발레단 '해적'▲발레단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조례가 아쉽다. 20~30대가 전성기인 무용수의 특성을 반영한 처우 개선과 성과 중심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실현되길 바란다.-마지막으로 시민들과 단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광주시립발레단 '지젤'▲광주에 이런 발레단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자부심이다. 특히 '디바인'은 광주 오월의 정신을 가장 숭고하게 표현한 무형 유산으로 남길 바란다. 2대와 7대 단장으로서 광주시립발레단과 함께한 것은 내 인생의 큰 행운이었다. 앞으로는 광주시립발레단의 열렬한 팬이 되어 뒤에서 조용히 서포트하겠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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