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새김의 미학, 현대 조형으로 확장되다

입력 2025.11.30. 13:03 조덕진 기자
효천 조정숙 조형각전 ‘민화 수복과 옻칠 승마’
광주미술관서 4일까지

효천 조정숙 조형각전 '민화 수복과 옻칠 승마'전이 4일까지 광주미술관에서 열린다. 오랜 시간 전각과 조형각 작업에 매진해 온 조정숙 작가의 신작과 근작을 폭넓게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전통 새김 예술이 지닌 형식적 깊이를 현대적 조형 감각으로 확장해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는 인간의 삶에서 귀하게 여겨온 '수와 복'의 기원을 새긴 전각 작품들을 비롯해 말·용·물고기·나무·꽃·호랑이 등 민화적 상징을 조형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조정숙 작가는 문자 새김을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왔으나, 최근에는 형상 조각과 옻칠, 금채, 오방색 채색 등을 결합하며 조형적 변화를 시도해왔다. 이러한 시도는 전각의 평면적 구조를 유지하되, 보다 입체적이고 회화적인 면모로 확장하려는 작가의 예술적 진화를 보여준다.

조정숙 작가의 새김 감각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체득됐다. 한학자였던 조부가 제자를 가르치던 서당에서 글자의 구조와 의미를 익힌 경험은 이후 작업 세계의 뿌리가 됐다. 전각과 조형서예를 사사하며 새김의 기술과 서예적 문리(文理)를 모두 습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통성과 창작성을 결합한 조형각 작업을 지속해왔다. 작가는 나무판의 결을 따라 음각의 깊이를 조절하고, 색채를 입혀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식을 통해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해왔다.

올해 일흔을 넘긴 그는 여전히 매일 작업실에서 끌과 망치를 들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시간의 누적을 온전히 담아낸 그의 작품들은 나무판 속에 새겨진 조형적 깊이를 통해 시간성과 존재감을 드러내며, 전통 새김 예술의 현대적 확장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관계자들은 이번 전시를 "작가의 조형각 세계가 성숙기 단계로 접어드는 중요한 계기"라고 평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전시 포스터에 사용된 말 조형 작품은 나무판 위에 말의 역동적 움직임을 담아낸 대표작으로, 옻칠의 깊은 색감과 조각의 질감이 조화를 이루어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정숙 조형각전은 전통 전각의 맥을 잇는 동시에, 민화적 상징과 현대 조형을 결합해 새로운 시각 언어를 탐구해온 작가의 예술적 변모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조덕진기자 mdeun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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