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다시, 날다. 희망의 문을 열다’
사회 복귀 앞둔 청소년 자존감 회복

붉게 물든 강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과 별빛 아래 알을 감싸는 어미새의 모습이 캔버스 위에 투박하게 그려져 있다. 작품 위로는 새모양의 나무조각과 작은 도어벨이 설치돼 있다. 그림을 그린 주인공들은 정식 화가들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혹은 주위를 둘러싼 환경의 잘못으로 교정시설에 들어갔다가, 사회 복귀를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광주소년원 학생들이다.
예술단체 크리에이티브아트는 법무부 광주소년원과 함께 진행한 '조류충돌 주제 환경·예술 융합 교육 프로그램'의 결과로 28일까지 나주 전력거래소 1층 로비에서 전시 '다시, 날다. 희망의 문을 열다'를 진행한다.
해당 교육 프로그램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하고 전력거래소(KPX)가 참여한 '2025년 나주·광주 지역문제 해결 공모전' 지원으로 추진됐다.
프로젝트 출발점은 인간이 만든 구조물에 부딪혀 아픔을 겪는 새들과, 다양한 이유로 사회에서 배척당한 소년원 학생들의 모습을 동일시한 데서 출발했다.
전반적인 콘텐츠 기획과 운영은 크리에이티브아트에서 맡았으며 지난 10월 24일부터 중·고등학생 연령의 학생 15명을 대상으로 교육이 시작됐다.

유휘경 동물권 단체 성난비건 대표가 조류충돌과 생태 보전에 관한 이론 교육에 강사로 참여했고, 성은경 그린아트스콜레 대표가 '자신을 상징하는 새'를 주제로 미술 창작, 이승규 크리에이티브아트 대표가 업사이클 자원을 활용한 칼림바 제작과 연주 등을 진행했다.
당초 교육을 시작할 때는 '우리가 왜 이런 교육을 들어야 하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으나, 교육이 진행될수록 학생들에게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을 보이던 학생들이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어떻게 해야 더 그림을 잘 그릴지 강사들에게 묻고, 서로의 그림에 담긴 의미를 물어보는 등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들이 지난 21일부터 전력거래소에서 전시 중이다.
조류 충돌로 멈춘 생명을 되살려 새들이 다시 날아오르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어보는 상징적 장치로 확장됐다. 작품에 설치된 도어벨은 새들의 충돌을 주의하는 동시에, 학생들이 퇴원 후 사회로 나가는 '문'을 알리는 장치로도 작용한다.
광주소년원 관계자는 "소년원 학생들이 퇴원 후 사회에서 열심히 살아보려 해도 수많은 편견과 인식으로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같은 기업이나 기관에서의 전시를 통해 학생들이 퇴원 후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아트 대표 이승규는 "소년들이 벽을 문으로 바꾸는 상상은 예술이 가진 전환의 힘을 보여준다"며 "이번 전시가 지역사회에 생태 감수성과 ESG 가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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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 넘어 연결되는 저항의 목소리
김화순 작 ‘10월항쟁 영희언니’
간질간질간질 작 ‘판타지 인사이드’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피어난 민주주의의 기억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80주년을 맞은 대구 10월 항쟁을 환기하고,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하나의 역사적 흐름으로 바라보며 기억과 연대의 의미를 시각예술로 풀어낸 전시가 열린다.은암미술관이 ‘2026 달빛연대프로젝트: 10월 항쟁 80주년_시월이 온다’를 지난 16일 개최, 내달 8일까지 이어간다.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 은암미술관이 선보인 달빛연대전 ‘코발트’에 이은 두 번째 자리이다. 대구와 광주의 작가들이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을 통해 기억을 이어가고 연대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전시.올해는 대구의 10월 항쟁 80주년에 주목한다. 10월 항쟁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사건이다. 해방 직후 대구에서 일어난 10월 항쟁은 미군정의 식량·민생 정책 실패로 인한 극심한 식량난과 사회적 불만 속에서 시작됐다. 이에 대한 불만은 1946년 9월 노동자 총파업으로 번졌고, 파업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자 시민들의 저항이 확산된 사건이다.로컬포스트와 친구들 작 ‘고공농성 50일 퍼포먼스’민중이 저항의 목소리를 낸 민주주의의 결정적 순간이었으나, 이어진 전쟁과 분단 속에서 이념의 틀로 해석되며 오랫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이번 전시는 이같은 10월 항쟁을 조명하는 동시에 광주의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저항의 계보를 시각 언어로 풀어낸다.전시에는 대구와 광주의 작가들은 물론 부산, 여수, 서울 등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참여해 평화, 민주주의, 저항 등을 이야기한다. 오늘날 사회부터 굴곡의 한국 근현대사의 지점들을 다양한 매체로 담아내며 기억과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특히 2층에는 특별섹션 ‘대구검열, 광주부활’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이 섹션은 지난해 대구에서 일어난 예술 검열 사건이 배경이된다. 행정기관의 사후 검열에 의해 전시가 중단된 바 있던 기획전에서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던 작품들로 채워지는 이 자리에서는 콜렉티브 로컬포스트와 청년작가팀 간질간질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예술 검열이라는 사건에 맞서 예술적 연대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섹션이다.박금만 작 ‘항쟁의 심장(10.1대구항쟁)’조민영 은암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번 자리는 대구의 10월 항쟁을 보다 널리 알림과 동시에 저항의 역사와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이다”며 “이같은 예술 연대의 무대를 매년 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한편 은암미술관은 전시 첫 날인 지난 16일에는 전시 연계로 학술토론회를 갖고 10월 항쟁과 민주주의, 연대의 의미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김미련 작가가 이번 전시 특별섹션을 중심으로 대구 예술 검열 사건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김준기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 기획 의도와 함께 민중미술의 현재적 의미와 오늘날 예술계 토양을 조명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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