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상 장진원·특별상 임노식

"유목민처럼 공중에 둥둥 떠서 사는 저에게 땅으로 이제 내려오라고 고향에서 불러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감사하고 빚진 마음, 열심히 작업해 갚고 싶습니다."
지난 25일 만난 장진원 작가는 2025 허백련미술상 본상 수상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허백련미술상은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 한국화부문으로 의재 허백련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5년 제정한 상이다. 한국화의 깊은 뿌리와 정신을 이어가는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본상과, 청년 작가에 수여하는 특별상이 있다.
올해 본상 수상자는 장진원 작가. 광주 출신으로 조선대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 석사, 조선대 대학원 박사, 뉴팔츠 뉴욕주립대학 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1995년 한국화대전 최우수상, 1997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 2006년 뉴욕주립대 올버니캠퍼스 최우수 판화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한지와 먹을 기반으로 다양한 혼합매체를 더해 동양회화를 재구성하는 실험을 해왔다. 한국화 양식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하며 수묵 기반의 추상회화로서 독자적 조형성을 획득해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이번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장 작가는 "21년 전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주로 삶을 꾸렸고 중국, 독일 등을 돌아다니며 유목민처럼 살아 왔다"며 "많이 추락한 광주의 수묵화가 정말 잘 되면 좋겠다는 부채의식이 항상 있었는데 고향의 수묵이 본 궤도를 찾을 때까지 함께 열심히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장 작가는 이번 수상으로 내년 시립미술관에서 수상기념전을 갖게 된다. 한국에서 24년 만의 전시이다. 그래서인지 그에게 내년 전시는 의미가 크다.
그는 "광주가 나를 초대해 준 것 같은 귀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고 수묵 정신을 갖고 현대적으로 어떻게 변용할 수 있는지 보여지면 좋겠다"며 "귀한 자리인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2025 허백련미술상 특별상은 임노식 작가에게로 돌아갔다.
임노식 작가는 서울 출신으로 홍익대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홍익대 대학원 박사를 마쳤다. 2024 SeMA 신진미술인, 2023 송은미술대상 본선 작가, 2022 금호영아티스트, 2018 퍼블릭아트 뉴 히어로, 2015 OCI 영크리에이티브스로 선정된 바 있다. 임 작가는 전통과 현대를 적절히 조화시키며 동시대 미술로서의 한국화를 보여줌에 따라 차세대 한국화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최종 수상자로 결정됐다.
임 작가는 "일단 내 작업을 한국화로 봐준 것에 대해 크게 감동했고 정말 감사드린다"며 "매체에서 나아가 카테고리를 소재, 주제로 확장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한국화인 것 같다. 항상 한국화를 작업한다는 생각을 갖고 생각했는데 알아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부터 허백련미술상을 비롯해 오지호미술상을 포함한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 미술분야는 추천위원회와 심사위원회를 강화, 수상의 공정성과 권위를 높였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1천만원의 창작활동비와 개인전 개최 기회가,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500만원의 창작활동비가 지원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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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요" 다양성 예술의 장···광주에이블아트위크 개막
2025 광주에이블아트위크가 13일 개막했다.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강원래 작가, 정은혜 작가와의 아트토크가 개막 행사로 진행됐다.
"데뷔나 마찬가지니까 설레요."13일 개막한 2025 광주에이블아트위크에 참여한 전보은(27·여) 작가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이번 행사는 국제적으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다양성 예술인 장애예술 중 미술을 만날 수 있는 자리로 장애예술 아트페어이다. 전국의 220명 장애 작가가 광주를 무대로 800여 작품을 선보이며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참여 작가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이미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유명 작가부터 오랜 시간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는 물론 취미로 작업을 하다 이번 페어를 계기로 데뷔하게 된 신진까지.전 씨는 이번 행사로 자신의 작품을 주변인들이 아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이게 됐다. 어머니와 진도에서 올라온 그는 짧지 않은 이동거리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설렘이 가득하다. 그가 선보이는 작품은 사람의 눈에 집중한 일러스트이다.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해 연필이나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왔는데 시각장애가 있다보니 눈이 점점 안 좋아져 몇 년 전부터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다"며 "스무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동안은 가족들이나 이웃들에게 내 그림을 보여줬다면 오늘은 정말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무대라 기대감도 크고 긴장도 많이 된다"고 말했다.이어 전 씨는 "이번 페어 참여도 우연하게 한 작가님이 내 그림을 보고 페어에 참여해보라고 해서 하게 됐다"며 "내 그림을 누가 봐줄까 많이 떨렸는데 여기 오니 내 작품을 칭찬해주는 사람도 있고 함께 온 어머니와 같이 울컥하기도 하다"고 웃어보였다.서울에서 온 이순화(64·여) 작가는 지난 2023년 열린 광주에이블아트위크에 참여하는 등 여러 페어 참여 경험이 많은 베테랑 작가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주로 회화 작품을 작업하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 작품이 잘 팔리기를 바랐다.이 씨는 "2023년에는 전체적으로 시장이 조정기였던 만큼 그때에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었다"며 "하지만 워낙 좋은 기회인만큼 이번에도 또 참여하게 됐는데 올해는 좋은 반응이 있었으면 하고 앞으로도 에이블아트위크가 장애 작가들을 위한 행사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2025 광주에이블아트위크가 13일 개막했다. 페어를 둘러보고 있는 방문객들.특히 이날 행사는 개막을 기념해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석창우 작가의 대형 퍼포먼스가 방문객과 참여작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강원래, 정은혜 작가가 참여한 아트토크는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강 작가는 클론으로 활동하며 온 국민을 들썩이게 만들다 25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걷지 못하게 됐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심심하고 외롭던 때"에 다시 붓을 잡았다. 가수 활동 전 중학생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던 그로 미대에 실기장학생으로 입학하기도 했다.그는 "뮤지컬 '시카고' 속 '니가 꿈꾸는 삶을 살던가 니 삶을 좋아하던가'라는 대사를 좋아한다"며 "힘든 일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하겠다. 내 작품 또한 희망을 주고 싶은 그림으로 앞으로 희망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이어 강 작가는 "다시 그림을 그린 계기가 장애를 가진 분들이 그림을 그리며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이다"며 "나는 중학생 때부터 그림을 그려서 숙제처럼 느껴졌었는데 이 분들은 신이 나서 재미있게 그림을 그리더라. 그 모습에 힘을 받아 그리게 됐는데 장애 작가들을 보며 방문객들이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025 광주에이블아트위크가 13일 개막했다.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강원래 작가, 정은혜 작가와의 아트토크가 개막 행사로 진행됐다.정 작가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연기와 그림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사람을 만나기 위해 시작했던 그림이 이제는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 됐다. 정 씨의 어머니는 그가 성인이 되며 고립감으로 인한 우울감을 피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자 그림을 시작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정 작가는 "더운여름, 추운 겨울까지 사계절 동안 북한강 문호리 리버마켓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렸다"며 "지금까지 5천700명을 만나고 그렸다. 스무살 때는 참 힘들었는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틱이나 환청 등이 사라져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다.그는 "결혼하고 이탈리아에 가서 많은 명화를 보고 영감을 얻어 지금 '은혜로운 명화' 시리즈를 작업하고 보여드리고 있다"며 "더 다양한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전자광 ㈔광주장애인예술인협회 대표는 "장애예술의 면면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림과 동시에 작가들에게 교류와 소통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한 자리이다"며 "벌써부터 반응이 좋은 작품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이번 행사는 16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 관람료는 무료.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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