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까지 광주 아크갤러리 '숨은 굶주림'전
동구 미로센터 입주 작가 인연 양국 오가며 활동

"레지던시 입주활동을 머물며 활동했던 광주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돼 기쁩니다. 이번 전시는 존재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고요한 갈증을 예술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한데 모은 것이 주된 특징입니다."
지난 26일부터 내달 5일까지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에 자리한 아크갤러리에서 '숨은 굶주림'을 주제로 초대전을 열고 있는 몽골 화가 잉징어 치르 남하장상씨는 전시 개최 의미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몽골 현대미술에 신선한 시각과 혁신적 아이이어를 불어넣은 대표적 젊은 작가로 꼽힌다.
그는 몽골 국립예술문화대에서 '몽골 주락'을 전공했고 졸업 이후 전통적인 몽골 주락 기법을 현대적 주제와 자유로운 표현에 접목한 작품들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주로 고대 몽골의 전설과 유목 생활, 역사적 사건에 영감을 얻고 몽골 전사의 이미지와 원정 기록, 샤먼적·영적 세계관, 존재에 대한 설찰 등을 하나의 화면 속에 융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치르 작가는 "과거에 인류가 자연과 조화를 이뤘던 모습들을 표현한 최근 작품들을 광주에서 선보이게 됐다"며 "작품을 통해 인류가 점차 자연과의 교감을 잃어가는 모습과 그 고요한 부름에 귀기울이지 않게 된 현재의 모습들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관람자는 작품 앞에 설 때 단순히 예술적 표현과 마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 감각을 통해 자연과 불가분의 관계를 다시금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자연이 우리를 지켜온 것처럼 이제 우리가 사랑과 관심, 존중으로 자연에게 응답해야 할 때임을 상기싵키는 것이 전시 주제인 '숨은 굶주림'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광주는 예술적 영감과 착상을 많이 주는 도시"라며 "이곳에 머물며 느낀 생각과 감정들을 현대적 시선으로 작품에 담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강조했다.
치르 작가는 지난해 광주 동구 미로센터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한 것을 계기로 한국과 몽골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2022년 몽골 문화공로자로 선정됐고 올해 몽골미술가협회 '멜미이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관객들에게 몽골 유목문화의 독창적인 이미지와 철학, 세계관을 소개함과 동시에 몽골 미술의 전통과 특징을 알리는 산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끝으로 "광주를 비롯한 다양한 곳들의 언어와 문화를 접하며 이를 작품 속에 반영할 것"이라며 "제2의 고향인 광주와 한국과의 인연과 활동을 매개로 한 활동폭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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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요" 다양성 예술의 장···광주에이블아트위크 개막
2025 광주에이블아트위크가 13일 개막했다.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강원래 작가, 정은혜 작가와의 아트토크가 개막 행사로 진행됐다.
"데뷔나 마찬가지니까 설레요."13일 개막한 2025 광주에이블아트위크에 참여한 전보은(27·여) 작가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이번 행사는 국제적으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다양성 예술인 장애예술 중 미술을 만날 수 있는 자리로 장애예술 아트페어이다. 전국의 220명 장애 작가가 광주를 무대로 800여 작품을 선보이며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참여 작가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이미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유명 작가부터 오랜 시간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는 물론 취미로 작업을 하다 이번 페어를 계기로 데뷔하게 된 신진까지.전 씨는 이번 행사로 자신의 작품을 주변인들이 아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이게 됐다. 어머니와 진도에서 올라온 그는 짧지 않은 이동거리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설렘이 가득하다. 그가 선보이는 작품은 사람의 눈에 집중한 일러스트이다.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해 연필이나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왔는데 시각장애가 있다보니 눈이 점점 안 좋아져 몇 년 전부터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다"며 "스무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동안은 가족들이나 이웃들에게 내 그림을 보여줬다면 오늘은 정말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무대라 기대감도 크고 긴장도 많이 된다"고 말했다.이어 전 씨는 "이번 페어 참여도 우연하게 한 작가님이 내 그림을 보고 페어에 참여해보라고 해서 하게 됐다"며 "내 그림을 누가 봐줄까 많이 떨렸는데 여기 오니 내 작품을 칭찬해주는 사람도 있고 함께 온 어머니와 같이 울컥하기도 하다"고 웃어보였다.서울에서 온 이순화(64·여) 작가는 지난 2023년 열린 광주에이블아트위크에 참여하는 등 여러 페어 참여 경험이 많은 베테랑 작가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주로 회화 작품을 작업하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 작품이 잘 팔리기를 바랐다.이 씨는 "2023년에는 전체적으로 시장이 조정기였던 만큼 그때에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었다"며 "하지만 워낙 좋은 기회인만큼 이번에도 또 참여하게 됐는데 올해는 좋은 반응이 있었으면 하고 앞으로도 에이블아트위크가 장애 작가들을 위한 행사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2025 광주에이블아트위크가 13일 개막했다. 페어를 둘러보고 있는 방문객들.특히 이날 행사는 개막을 기념해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석창우 작가의 대형 퍼포먼스가 방문객과 참여작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강원래, 정은혜 작가가 참여한 아트토크는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강 작가는 클론으로 활동하며 온 국민을 들썩이게 만들다 25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걷지 못하게 됐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심심하고 외롭던 때"에 다시 붓을 잡았다. 가수 활동 전 중학생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던 그로 미대에 실기장학생으로 입학하기도 했다.그는 "뮤지컬 '시카고' 속 '니가 꿈꾸는 삶을 살던가 니 삶을 좋아하던가'라는 대사를 좋아한다"며 "힘든 일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하겠다. 내 작품 또한 희망을 주고 싶은 그림으로 앞으로 희망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이어 강 작가는 "다시 그림을 그린 계기가 장애를 가진 분들이 그림을 그리며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이다"며 "나는 중학생 때부터 그림을 그려서 숙제처럼 느껴졌었는데 이 분들은 신이 나서 재미있게 그림을 그리더라. 그 모습에 힘을 받아 그리게 됐는데 장애 작가들을 보며 방문객들이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025 광주에이블아트위크가 13일 개막했다.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강원래 작가, 정은혜 작가와의 아트토크가 개막 행사로 진행됐다.정 작가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연기와 그림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사람을 만나기 위해 시작했던 그림이 이제는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 됐다. 정 씨의 어머니는 그가 성인이 되며 고립감으로 인한 우울감을 피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자 그림을 시작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정 작가는 "더운여름, 추운 겨울까지 사계절 동안 북한강 문호리 리버마켓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렸다"며 "지금까지 5천700명을 만나고 그렸다. 스무살 때는 참 힘들었는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틱이나 환청 등이 사라져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다.그는 "결혼하고 이탈리아에 가서 많은 명화를 보고 영감을 얻어 지금 '은혜로운 명화' 시리즈를 작업하고 보여드리고 있다"며 "더 다양한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전자광 ㈔광주장애인예술인협회 대표는 "장애예술의 면면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림과 동시에 작가들에게 교류와 소통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한 자리이다"며 "벌써부터 반응이 좋은 작품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이번 행사는 16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 관람료는 무료.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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